두산산업개발 ‘반기보고서’가 남긴 의혹들
‘총수일가 이잣돈 대납’ 돈출처 못밝혀
회계법인 ‘한정’ 의견검토
두산그룹 총수일가를 위해 회삿돈으로 이자를 대납했다고 밝힌 두산산업개발이 정작 회계법인의 감사과정에서 돈의 출처를 입증해줄 자료를 전혀 내놓지 못해 비자금 조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이미 고백한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으나 역시 이를 불식시킬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두산산업개발의 2005년 상반기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16일 “비자금 조성 등 주요 의혹들을 검증할 자료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며 “의혹들이 반기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할 수 없어 외부 감사인의 검토의견을 ‘적정’이 아닌 ‘한정’으로 냈다”고 밝혔다.
반기 보고서 의혹만 키워? 회계법인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2800억대 분식회계의 구체 내역 △총수일가 이잣돈 대납분 138억원의 출처 △하도급 업체 거래와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 회계법인은 또 총수일가의 은행 대출에 회사가 지급보증을 섰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요구했으나 역시 못받았다. 두산산업개발은 분식회계와 관련해 “매출채권을 미리 부풀리는 수법 한가지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 작성한 재무제표에서는 매출채권에서 1880여억원을 분식한 것 외에 부채를 900여억원 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회사는 “회사명의로 대출받은 돈으로 총수일가의 이잣돈을 대신 냈다”고 밝혔지만 돈의 출처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놓지 못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138억원의 이자 대납이 회사의 애초 주장대로 대주주의 희생을 보상하는 정당한 지급이었다면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정상 지급한 내역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아무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엇갈린 해명? 두산 총수일가가 1999년 두산산업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293억원을 대출받은 과정도 ‘엇갈린 해명’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두산의 김진 사장은 지난 9일 “회사가 일부 지급 보증을 선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가 “착각했다, 회사가 총수일가에게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두산산업개발의 안홍수 상무도 <한국방송>과 인터뷰에서 “일부 지급보증을 섰다”고 밝혔다가, <한겨레>와 통화에선 “사실 파악이 미흡한 상태에서 잘못 답변했다”고 뒤집었다. 회사가 총수일가를 위해 정당한 이유없이 지급보증을 서줬다면 배임에 해당한다. 지급보증 여부는 대출은행에 조회하면 간단히 확인되는 사안인데도, 회사는 입증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분식회계 부당이득은 모르쇠? 두산산업개발은 분식회계로 적자를 흑자로 바꾼 뒤 세차례에 걸쳐 배당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분식회계에 근거한 배당금 53억원 중 절반은 총수일가와 두산 계열사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러나 두산산업개발은 이번 반기 보고서에서 돈의 회수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액주주들과 문제도 있고 해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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