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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수 폭발 사상자 ‘한달짜리 계약직’이었다

등록 2013-03-15 21:35수정 2013-03-15 22:32

하청업체 노동자 15명 피해
“안전교육 받아본 적 없어”
9개월 전에도 비슷한 사고
“가스나 분진을 다루는 안전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14일 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 대림산업㈜의 폴리에틸렌(HDPE) 저장조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하청업체 유한기술 노동자 이재석(42)씨는 15일 전날의 악몽에 치를 떨며 안전 불감증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노동자 15명은 시설물 정비·보수업체인 유한기술과 한달 근로계약을 맺은 초단기 비정규직이다. 유한기술은 여수산업단지 대기업 공장들과 정비·보수업무 계약을 맺으면 그때그때 노동자들을 모집해 근로계약을 한다. 이번에는 하루 14만900원을 주기로 하고 지난 12일부터 대림산업 보수작업에 노동자 40여명을 투입했다.

고위험 유해물질을 다루는 화학공장에서 일해야 했지만 안전 조처는 허술했다. 이씨의 동료 김아무개(38)씨는 “‘안전벨트 잘 매라’, ‘휴대전화 내놔라’는 게 안전교육이냐. 형식은 갖췄겠지만 노동 당국에 보여주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폭발은 14일 밤 8시51분께 이 공장의 높이 21m, 지름 5m인 저장조(이른바 사일로)에서 맨홀 설치를 하던 중 일어났다. 회사 쪽은 ‘가연성 가스를 빼낸 상태에서 용접 불꽃이 남은 분진(먼지)에 옮겨붙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으나, 노동자들은 ‘잔류 가스가 있는데도 대림 쪽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는 “대림산업에서 ‘이상 없다’는 작업지시서를 받고서 용접을 시작했다. 작업지시서가 엉터리였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대림산업 직원들은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씨는 “1차 폭발 때 서재득(53) 형님이 떨어졌는데, 대림 직원들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당신들 동료니까 당신들이 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분개했다.

1967년부터 석유화학업체 60여곳이 입주한 여수산업단지는 설비들이 한계수명에 다다른데다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어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정도영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노동안전국장은 “하청업체 200여곳이 노동자 3만여명과 초단기 계약을 맺고 위험한 작업장으로 들여보낸다. 대림산업은 9개월 전 비슷한 사고가 났는데도 무성의하게 대응하다 또 사고가 터졌다”고 비판했다.

여수지역 노동자 등 100여명은 대림산업 앞에서 집회를 열어 “지난 1월 삼성전자 화성반도체공장 불산 누출 사고 때처럼, 대림산업도 무리하게 작업을 서두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희생됐다”고 규탄했다. 김승원 대림산업 안전환경팀장은 “이번 노동자들에게 40분 동안 영상을 보여주며 용기·화기 등의 안전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여수/안관옥 정대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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