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21일 사표를 내면서 검사와 기업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xogud555@hani.co.kr
‘부적절한 유착’ 또 도마에
막강한 검찰권력에 로비 끊이질 않아
막강한 검찰권력에 로비 끊이질 않아
건설업자한테서 성접대를 받은 의혹을 사던 김학의(57) 법무부 차관이 21일 사표를 내면서 ‘검사와 기업가의 유착’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런 부적절한 관계가 잊혀질 만하면 다시 불거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막강한 검찰권력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수사의 핵심 수단인 영장청구권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권 등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을 상대로 한 로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검찰 특유의 수직적인 서열 문화는 독점적인 검찰 권력을 소수 상층부에 더욱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서울의 한 검사는 “지금은 많이 투명해졌지만 위계질서가 명확한 수직적 구조에서 윗사람만 잘 잡으면, 후배 검사들이 맡고 있는 사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많다. 그렇다 보니 업자들이 주로 검찰 간부들한테 접근하고, 문제가 평검사보단 간부급 검사들한테서 터지곤 한다”고 말했다. 한 중간간부급 검사는 “기수가 높은 선배가 평소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저녁에 보자고 연락이 왔다. 내키진 않았지만 선배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잡았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동석자를 물었다. 알고 보니 수사중인 사건과 관련된 기업 관계자여서 바로 거절한 적이 있다. 모르고 나갔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도 없고 곤란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선 ‘누가 누구의 스폰을 받는다’는 말들이 많이 돈다. ‘카더라’ 수준의 이런 말들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는 많지 않다. 과거 이런 악습이 있긴 했지만, 검찰 내부의 감찰 강화로 많이 사라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은밀한 거래이다 보니 스폰서가 폭로를 하기 전에는 둘만의 특별한 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탓도 있다. 이런 ‘은밀한 관계’가 검사 비리를 대상으로 하는 특임검사 수사로 밝혀진 사례들도 있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같은 해 10월 그랜저 검사, 2011년 11월 벤츠 여검사, 2012년 11월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검사들은 돈 많은 업자와의 유착 원인으로 비현실적인 수사비를 뇌물 유혹의 원인으로 꼽는다. 한 중간간부급 검사는 “검찰 안에는 한 부·과에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수십명 되는 곳이 있다. 밤샘을 하기도 하는 업무 성격상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선 밥이라도 한끼 사줘야 하는데 담당 과장이나 부장이 혼자 비용을 감당한다. 점심은 그나마 괜찮지만 저녁 회식을 하면 마이너스 통장을 써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차장검사나 지검장이 별도로 수사비를 챙겨주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후배들에게 체면을 차리고자 스폰서를 동원해 밥과 술을 사주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순환 근무도 돈 많은 업자와 유착하는 고리가 된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 있으면 문화시설 등이 많아 시간을 보내기 좋지만 소도시의 경우엔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 그러면 뭐 하겠나. 가끔 술을 먹게 되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어울려 만나게 된다. 재력이 있는 기업가 등과 친분을 쌓다가 자연스럽게 스폰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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