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천농가 야생동물 피해 206억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의 죽음으로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야생동물의 증가로 농작물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어 동물보호와 작물 피해 방지를 아우르는 조화로운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반달곰이 걸려 죽은 올무를 설치했던 양상복(58·경남 하동군 화개면)씨는 17일 “내가 곰을 찾으러 다닌 것도 아니고 국립공원 안도 아닌데 반달곰이 죽은 게 이렇듯 엄청난 죄가 되냐”고 되물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2㎞쯤 떨어진 지역에서 35년 전부터 밤 농장 9천평과 한봉 30통을 꾸려온 그는 6~7년 전부터 출몰하는 멧돼지를 막으려고 지난해 9월 수확기를 앞두고 올무 3개를 설치했다.
백운산 자락에 사는 농민 서광홍(63·전남 광양시 진월면)씨는 밤마다 마을로 내려오는 멧돼지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는 “올 들어 광양에서 잡힌 멧돼지가 37마리라고 들었다”며 “멧돼지는 번식률이 높아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수확기에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이렇게 피해가 늘어나자 농민들은 울타리·철조망·경음기 따위를 설치하는 등 온갖 수단을 쓰고 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의 집계를 보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2002년 121억원, 2003년 179억원, 2004년 206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고통을 당하는 농가만 한해 8천 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피해액은 멧돼지 82억4300만원, 까치 55억700만원, 청설모 24억8200만원, 고라니 15억65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큰 강원 인제·정선·고성·양구, 전북 정읍·무주, 경남 거창·진주·사천 등 자치단체 10여 곳은 피해보상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아직 보상기준과 재원조달 등 구체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9월까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목표로 야생동물 피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내년 2월까지 피해예방시설 설치비 지원과 피해보상 기준도 제시할 예정이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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