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 2명
수년간 여학생 수십명 성추행
학교쪽 피해글 삭제 등 ‘쉬쉬’
수년간 여학생 수십명 성추행
학교쪽 피해글 삭제 등 ‘쉬쉬’
충남의 한 국립대 교수들이 여러 해에 걸쳐 여학생 수십명을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와 학생들이 해당 교수들의 자진 사퇴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충남 공주대 미술교육과 학생들과 학교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학과 교수 2명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수년 전부터 미술교육과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거듭했다. 두 교수는 실습시간에 여학생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가 하면 노래방에서는 학생을 끌어안고 춤을 추거나 다리를 더듬었다는 게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다. 나아가 한 교수는 학생들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 도우미로 일하도록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처럼 두 교수한테서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학교에 실명으로 사실확인서를 낸 여학생은 23명에 이른다. 일부 학생들은 경찰에 두 교수를 형사고소했으며, 공주경찰서는 25일 일부 추행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대전지검 공주지청에 넘겼다.
총여학생회와 해당 학과 학생 등이 꾸린 ‘미술교육과 교수 성추행·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는 피해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교수의 강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가해 교수들을 조속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교수 한명은 병가를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지만, 또다른 교수는 이번 학기에도 수업을 맡고 있다.
학교 쪽은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학교 성폭력 상담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자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 누리집에 학생들이 올린 호소문이 이튿날 학과장 명의로 삭제됐으며, 지난 1월에는 학과 동문회에서 교내에 붙인 대자보가 일방적으로 뜯기기도 했다. 대전 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교수들 사이의 파벌싸움 과정에서 조작된 것인 양 호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는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두 교수에 대한 징계에 더해 학기마다 교수 평가서에 ‘성희롱 피해 경험’을 묻는 항목을 추가하고 또다른 피해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내 성추행 및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두 차례 심의를 거쳐 지난달 두 교수에 대해 중징계를 하도록 서만철 총장에게 요구했다. 이찬희 고충심의위원장(학생지원처장)은 “두 교수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심의위원들이 학생들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해 중징계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5일 징계위원회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피해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 결정을 보류했다. 김창호 교무처장은 “징계위에서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고 징계 결정이 연기된 것이다.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두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리 왜곡된 부분이 많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주/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딱 300만원에 가능한 럭셔리 해외여행지 어디?
■ ‘국정원 정치개입’ 폭로한 의원·기자 이메일 해킹 당했다
■ “정대세 잡으러 서울에 왔다”
■ [김선주 칼럼] 감자를 고를 때와 사람을 쓸 때
■ 공주대 교수 2명, 수년간 여학생 수십 명 성추행
■ 딱 300만원에 가능한 럭셔리 해외여행지 어디?
■ ‘국정원 정치개입’ 폭로한 의원·기자 이메일 해킹 당했다
■ “정대세 잡으러 서울에 왔다”
■ [김선주 칼럼] 감자를 고를 때와 사람을 쓸 때
■ 공주대 교수 2명, 수년간 여학생 수십 명 성추행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