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입찰사에 악성SW 심어
6년간 291억원 상당 공사 따내
검찰, 10명 구속·15명 불구속 기소
6년간 291억원 상당 공사 따내
검찰, 10명 구속·15명 불구속 기소
관급공사의 입찰을 발주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들의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입찰가격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공사를 따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건설업자인 김아무개(56·구속 기소)씨는 2006년 공사브로커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를 만나 보안관리가 취약한 관급공사 발주처(지자체 재무관)와 건설사의 컴퓨터를 직접 해킹해 낙찰 하한가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관급공사를 따내기로 계획했다. 조달청이 운용하는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는 다양한 보안장치가 설정돼 있어 서버를 직접 해킹하기 어려웠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나라장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입찰금액과 함께 15개 빈칸 가운데 2개를 선택한다. 15개 빈칸은 각 순번마다 미리 설정돼 있는 여러 개의 공사 예정가격을 뜻하는데,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상위 4개의 예정가격을 평균해 낙찰 하한가를 최종 산출하게 된다.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는 지자체 재무관의 컴퓨터에 유에스비(USB) 등을 꽂는 수법으로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놓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낸 공사 예정가격을 전송받았다. 다른 입찰 건설사의 컴퓨터에는 피싱 이메일을 통해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이들이 선택한 공사 예정가격 항목 대신 자신들이 정해 놓은 금액의 항목이 조달청 서버로 전송되도록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조작한 낙찰 하한가격보다 근소하게 높은 금액을 입찰금액으로 제시해 관급공사를 따냈다. 입찰금액은 낙찰 하한가격보다 적게는 5000원, 많게는 10만원 정도 높게 책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석재)는 이런 방식으로 경북권 일대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91억원 상당의 공사 31건을 따낸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악성프로그램 개발자 김아무개(52)씨와 공사브로커 오아무개(55)씨 등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경기·강원·전남북 등 다른 지역의 불법낙찰 의심 업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김선식 기자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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