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씨제이(CJ)그룹 비자금 수사 착수의 배경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씨제이그룹 본사 앞에서 한 직원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한국거래소 압수수색…CJ계열 주식 거래내역 확보
국외펀드 가장한 부동산 매입 차익 ‘국부유출’도 수사
국외펀드 가장한 부동산 매입 차익 ‘국부유출’도 수사
이재현(53) 씨제이(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탈세 혐의에 수사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 또는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외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규명한 뒤 이렇게 조성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밝히는 쪽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이 회장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현재 수사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은 이 회장의 소득세 탈세”라고 거듭 말했다. 검찰이 우선 살펴보는 것은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운용했다고 주장하는 국내 비자금 4000억원이다. 이 회장이 홍콩법인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국외 비자금도 대상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국내외 계좌 수백개에 보관하는 비자금을 주식 등에 투자하며 소득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있다. 차명계좌로 씨제이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매매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조세포탈 혐의에 무게를 두면서도 비자금 운용 과정에서 다른 불법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날 한국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임의제출 형식으로 ㈜씨제이와 씨제이제일제당의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이 회장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이를 통해 90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인 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팔아 60억원의 부당한 이득을 챙긴 혐의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와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 위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은 씨제이그룹이 이와 유사한 방식의 거래를 하기 위해 홍콩에도 수십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국외 비자금을 펀드로 가장해 국내 부동산 투자금으로 들여와 매각 차익을 챙긴 뒤 국외로 빠져나간 의혹은 사실상 ‘국부 유출’로 보고 수사중이다. 씨제이그룹은 2006년 화성동탄물류단지를 설립할 때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펀드인 ‘마르스 피에프브이(PFV)’를 참여시켜 부지를 매입했는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지 일부가 동탄2신도시로 수용되면서 2009년 매각했다. 당시 이 펀드는 앉아서 300여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와 재산증식 과정의 탈세 부분을 수사한 뒤 자금의 용처 부분을 본격 추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자금 운용 과정과 수익에 대한 세금 등 돈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면서도 “돈의 사용처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 법률적 쟁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일본 도쿄에 200억원대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해 임대수익을 얻고,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과 동생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제공한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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