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90대 노인에게 ‘패륜적 장난’치고 자랑까지…

요양시설 입원 할머니에게 “네 이놈” 막말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키득키득’ 웃기도
봉사활동 보내면 인솔교사는 동행 안해

전남 순천의 고등학생이 봉사활동을 하던 중 병상의 노인한테 패륜적인 막말을 하고 키득키득 웃는 동영상이 유포돼 눈총을 사고 있다.

전남 순천ㅈ고 1~2학년 남학생 9명은 지난 27일 순천시 상사면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2학년 장아무개(17)군과 김아무개(17)군 등 2명이 병상에 누워있는 90대 할머니 두 분에게 험한 말로 장난을 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서로 번갈아 촬영해 에스엔에스에 올렸다.

이 동영상을 보면 김군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거 이거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라는 막말을 하고, 이를 촬영하는 장군은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린다. 장군도 다른 할머니를 향해 큰소리로 “꿇어라,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라고 말하며 악의적인 장난을 치고 있다. 이 말은 온라인에 연재되는 웹툰 ‘노블레스’의 한 대목을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

이 동영상은 학생들이 이날 오후 4시30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학생들은 동영상을 찍은 이유를 두고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었다. 할머니들을 모욕하거나 놀려주려는 의사는 전혀 없었다. 이런 행동이 공분을 샀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학교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흡연과 교칙위반 등으로 교내 봉사활동 처분을 받았으나 태도가 바뀌지 않아 징계 차원의 사회 봉사활동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솔 교사는 동행하지 않아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막지 못했다.

이 동영상이 말썽을 빚자 순천경찰서는 28일 조사에 착수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박승주 순천경찰서장은 “학생들이 노인에게 막말을 하고 장난을 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포시킨 일과 관련해 학생과 학교, 요양시설 인사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명예훼손이나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다각도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순천ㅈ고 쪽은 누리집을 통해 “학생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피해자 분과 그의 가족, 실망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학교 쪽은 “학생들이 사회 봉사활동 중에 다시 말썽을 일으킨 만큼 위탁교육이나 퇴학 등 중징계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깊이 반성하고 인성교육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광주/안관옥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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