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현 CJ회장 수사
이재현(53) 씨제이(CJ)그룹 회장의 국외 비자금 운용은 주로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와 씨제이의 국외법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것만도 페이퍼컴퍼니 3개, 국외법인 2곳이다.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씨제이 계열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차명 보유한 뒤 이를 다시 주식으로 전환해 팔았다. 이런 과정에서 1000여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렸는데 이에 따른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씨제이제일제당의 회삿돈 600여억원을 빼돌려 자택의 인테리어를 고치거나 값비싼 와인을 사는 데 쓰고, 누나인 이미경(55) 씨제이이앤엠(CJ E&M) 총괄부회장에게 줘 개인적 용도로 쓰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 페이퍼컴퍼니 활용 주식거래 검찰이 파악한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관리 시기는 19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한 신아무개(57) 씨제이글로벌홀딩스 대표이사가 10년 가까이 이 회장의 국외 비자금을 실명 또는 차명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신 대표의 구속영장에 이 회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신 대표가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은 신 대표를 통해 국외 비자금을 관리·증식하면서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차리고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해 돈을 국내로 들여온 뒤 씨제이 계열사 주식거래를 통해 자금을 불리는 수법을 썼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차명으로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톱리지’(Topridge)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 페이퍼컴퍼니 이름으로 스위스 은행 유비에스(UBS) 싱가포르 지점에 예금계좌를 개설한 뒤 국외 비자금 수십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국내에 개설한 증권계좌로 이 자금을 옮겨, 씨제이와 씨제이제일제당 주식을 매입한 뒤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
페이퍼컴퍼니와 씨제이 국외법인을 동시에 이용해 재산을 불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0년 4월 버진아일랜드에 자신이 100% 지분을 소유한 ‘타이거 갤럭시’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씨제이는 이듬해인 2011년 1월 국외에 씨제이아이에이(CJIA)라는 법인을 등록했다. 이 회장은 당시 타이거 갤럭시를 통해 씨제이아이에이 지분을 100% 취득했다. 씨제이아이에이는 2011년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타이거 갤럭시는 2011~2012년 배당금 1000만달러를 받았는데, 신 대표가 이를 이 회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검찰은 확인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국내 주식거래를 하면서 28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밖에 2007년 씨제이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때 이 회장이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는지도 수사중이어서 포탈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 회삿돈 빼돌려 개인용도로 검찰은 이 회장이 1995년 직원들에게 씨제이제일제당의 법인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복리후생비와 회의비 등을 허위계상하는 수법으로 1998~2005년 600여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이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돈을 자택 인테리어 비용,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개인자금, 자신의 양복 및 와인 구입 대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2004~2006년에는 이 회장이 씨제이제일제당의 회사 경비를 사용한 것처럼 허위 증빙자료와 전표를 만드는 수법으로 이 회사 자금 78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혐의와 함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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