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노부토씨
일 피폭2세 교직원회 회장 히라노 노부토씨
도쿄 본사서 항의투쟁 벌이고
한국인 손해배상소송도 도와
“일본 역사적 과오 바로잡아야”
도쿄 본사서 항의투쟁 벌이고
한국인 손해배상소송도 도와
“일본 역사적 과오 바로잡아야”
“전후 보상에 대한 미쓰비시의 태도는 달라져야 합니다.”
일본 나가사키현 피폭2세 교직원회 회장인 히라노 노부토(66·平野伸人·사진)씨는 두 달에 한 번씩 금요일이면 나가사키에서 1300㎞가량 떨어진 도쿄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로 찾아가 금요시위를 벌인다. 일제 강점기 미쓰비시가 나고야 무기공장에 강제 동원한 한국인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밀린 임금을 갚지 않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지난 2일 열린 금요시위에서도 그는 전후 보상을 깔끔하게 매듭지으라고 미쓰비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히라로씨는 일제강점기에 줄잡아 조선인 10만명을 강제 동원한 대표적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줄기차게 투쟁해왔다. 그는 한국의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과 한국에서 미쓰비시 등을 대상으로 벌이는 손해배상소송도 적극 돕고 있다.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서 중노동과 구타 등에 시달렸고, 사고와 질병 등으로 숱하게 숨졌다.
7일 나가사키에서 만난 히라노씨는 “나가사키에서 도쿄까지 왕복 교통요금이 비행기 경로석으로 5만엔(57만원), 기차로는 6만엔(68만원) 가량 든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금요시위에는 두 달에 한 번은 꼭 참여한다. 미쓰비시에 보상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소수파들이니까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법원이 미쓰비시조선과 신일본제철에 강제 동원 피해자들한테 보상을 하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는 “일본 기업의 태도와 일본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강제동원 문제를 보도하는 일본 언론의 논조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이 보상을 해야 하는 일본 기업의 처지를 걱정하는 듯이 보도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일본 사회 분위기가 우경화하면서 언론조차 달라져 버렸다.”
그는 이어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 역사적 과오를 정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전후 보상은 과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사 출신인 그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68돌을 맞은 올해도 ‘청소년 게르니카 프로젝트’와 ‘고교생 평화서명 운동’을 주도하느라 바빴다. ‘게르니카’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스페인 내란을 주제로 전쟁의 비극을 표현한 그림이다. 게르니카 그림의 실제 크기(3.5×7.8m)로 평화를 기원하는 그림을 집단 제작하는 게르니카 프로젝트에는 일본 각지의 학교 100여곳의 학생 600여명이 참여했다. 98년부터 15년 동안 벌인 고교생 평화서명에는 지난해까지 83만명이 서명했다.
어머니가 피폭자인 그는 1979~2007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전국 피폭2세 교직원회를 설립하고, 전국 피폭2세 단체협의회를 이끌며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가사키/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