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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추석명절, 집을 그리워한 죄

등록 2013-09-21 19:13수정 2013-09-22 10:48

청소년 보호시설서 6명 탈출
4명 복귀…센터 “우발적 행동”
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성호(가명·15)군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ㅅ청소년센터에 입소했다. 올해 초 친구들과 어울리며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법원은 김군에게 보호감찰교육기관(소년원) 대신 치료보호 명령을 내렸다. 범죄가 경미하고 교화 가능성이 크며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5년 전 공장에서 일을 하다 왼손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는 김군이 5살 되던 해에 집을 나갔다. 지난해 김군의 아버지는 오른쪽 다리를 다쳐 더는 일을 할 수 없다. 그는 아버지 병수발에 학교를 못 나가는 날이 많았다. 한 학년을 유급했고, 선배가 된 동급생보다는 학교를 잘 다니지 않는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18일 오후 2시께, 김군은 ㅅ센터 식당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대부분의 아이들이 식당을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였다. 평소와 달리 관리교사들도 거의 없었다. 식당에 있던 한 학생이 식당 창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김군도 몸을 날렸다. 그렇게 6명의 아이들은 탈출했다. 이들은 학교폭력이나 절도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가량 치료보호 명령을 받고 이 시설에서 생활해온 청소년들이다.

김군은 뛰어내리면서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그는 절뚝이며 센터를 걸어나와 부천의 집으로 향했다. 나머지 5명도 저마다의 집을 찾아 떠났다. ‘짧은’ 추석 연휴의 시작이었다. 김군은 추석을 맞아 가족의 품이 그리웠다고 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추석이고 아빠와 형이 보고 싶어 아이들을 따라 담을 넘었다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 관장인 백준식 수사는 “추석 명절이고 센터에 온 지 얼마 안 돼 적응을 못한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 싶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6명의 탈출 청소년 가운데 1명은 즉시 복귀했고, 나머지 5명 중 3명도 21일 복귀했다. ㅅ센터에선 추석 연휴로 평소 근무자의 3분의 1만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리 소홀 역시 집단 탈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 시설은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청소년들을 강제구금하는 곳은 아니지만 외박·외출은 엄격히 금지되고, 이탈하면 그 기간만큼 보호조치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장기간 이탈 등 경우에 따라서는 청소년을 강제로 소환해 보호감찰교육기관으로 보내기도 한다.

김경욱 김미향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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