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은 1순위
수년근무에 ‘붙박이’핀잔…행정활력 잃을까 우려
민선 자치시대 개막 뒤 직업관료들이 맡는 부시장·부군수 등 기초단체 부단체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안팎의 ‘압력’과 ‘외풍’으로 선출직 단체장의 업무를 돕고 독선을 막는 본연의 임무는 사문화한 규정으로 머물기 일쑤다. 단체장의 선심 행정과 정치 행보를 견제하기는 커녕 행정 책임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부단체장들이 복지부동하는 자세로 일관하면 행정의 활력이 떨어져 피해가 주민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을 부를 수밖에 없다.
‘붙박이 부단체장’은 안돼=40대인 이아무개 광주시 북구 부구청장은 2001년 2월부터 다섯해째 재직해왔다. 그는 최근 조직의 쇄신을 위해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원하지 않던 교육을 받으러 떠났다. 재임시절 잡음은 없었지만 붙박이 근무로 직업이 ‘부단체장’이라는 뒷말을 들었다.
광주시 남구·광산구의 부구청장도 2002년부터 네해째 근무중이나 바뀔 기미가 없어 붙박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듣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아무개 전남 광양시 부시장은 1999년 1월부터 5년 9개월 동안 무안·곡성·영광 등지 부단체장으로 전전하다가 전남도청으로 돌아왔다. 전남도에는 이런 장기 근무 부단체장이 적지 않아 도의원들이 이를 문제삼았다. 전남도의원 55명 중 38명은 올 초 ‘붙박이 부단체장’의 폐해를 들어 부시장·부군수의 근무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부단체장 인사교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 18일 행정자치위를 통과했으며 다음달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전남도와 전공노는 이 조례안이 ‘지방공무원법에 어긋나고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며 기초단체장의 인사권을 제한한다’고 반발해 논란이 한창이다.
박인환 전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붙박이로 근무하려면 주민의 이익보다 단체장을 모시는 데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소신껏 업무를 수행하려면 ‘2년 근무 뒤 순환’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단체장은 “업무추진비로 연간 2500만~3700만원을 받고 업무부담이 적어 부단체장으로 나가기 위해 경쟁하는 분위기”라며 “권한은 미약한 반면 책임은 무한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시장·부군수가 희생양인가=부단체장들은 인사·공사·예산의 전권을 쥔 단체장을 견제하기보다 눈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할 수밖에 없다. 또 제도적으로 징계할 수 없는 단체장을 대신해 징계당하는 ‘악역’을 도맡아야 한다. 박아무개 충북 괴산군 부군수는 지난해 11월 전공노 파업 때 공무원 135명이 참가하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달만에 대기 발령된 뒤 교육을 가야했다.
송아무개 전북 군산시 부시장은 뇌물비리 혐의로 구속수감된뒤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강근호 시장의 그늘에 가려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송 부시장은 지난 14일 강 시장 구속과 부실 도시락 파문으로 침체에 빠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지만 옥중결재를 받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당시 부실 도시락의 책임자인 이아무개 복지환경국장을 경제산업국장으로 영전시켰기 때문이다. 울산시 동·북구 부구청장은 전공노 파업에 참여한 징계대상 공무원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구청장들의 ‘절대 불가’ 지시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전공노 파업 때도 참가율이 60~70%에 이르자 울산시로부터 “집안 단속을 해야 할 부구청장들이 손을 놓았다”는 질책을 받았다. 광주 울산 청주 전주 안관옥 정대하 박임근 오윤주 김광수 기자 okahn@hani.co.kr
송아무개 전북 군산시 부시장은 뇌물비리 혐의로 구속수감된뒤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강근호 시장의 그늘에 가려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송 부시장은 지난 14일 강 시장 구속과 부실 도시락 파문으로 침체에 빠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지만 옥중결재를 받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당시 부실 도시락의 책임자인 이아무개 복지환경국장을 경제산업국장으로 영전시켰기 때문이다. 울산시 동·북구 부구청장은 전공노 파업에 참여한 징계대상 공무원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구청장들의 ‘절대 불가’ 지시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전공노 파업 때도 참가율이 60~70%에 이르자 울산시로부터 “집안 단속을 해야 할 부구청장들이 손을 놓았다”는 질책을 받았다. 광주 울산 청주 전주 안관옥 정대하 박임근 오윤주 김광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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