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지난 1년 단속건수 넘어
“추상적 법규에 자의적 단속 많아”
“추상적 법규에 자의적 단속 많아”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시행한 개정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단속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상적인 법규가 많아 경찰의 자의적 법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권침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한겨레> 3월13일치 11면 참조)
15일 경찰청의 ‘경범죄 단속 현황’을 보면,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경범죄 단속 건수는 5만8241건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단속한 5만8014건을 이미 넘어섰다. 오물 투기, 광고물 무단 부착, 과다 노출 등이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15일 경찰청에서 진행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경범죄처벌법의 비현실성과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백 의원은 “법률은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경범죄처벌법 조항에는 판단기준이 모호한 단어가 많다. 자의적 법적용 위험성이 크다. 불필요한 조항은 전면 개정하거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범죄 처벌법을 보면, ‘함부로’, ‘억지로’, ‘못된’, ‘몹시’, ‘지나치게’ 등 추상적 단어가 눈에 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는 “요청하지 아니한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한 사람”과 “행사나 의식을 ‘못된’ 장난 등으로 방해하는 자”를 경범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도 처벌받는다. 해석하기 나름인 표현들이다.
인권침해 소지가 큰 조항들도 적지 않다. 시행령이 통과돼 지난 3월부터 범칙금 5만원 통고가 가능해진 ‘과다 노출’ 조항이 대표적이다.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경찰은 “미니스커트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가려야 할 곳’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경찰의 자의적 단속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 의원은 “노출 문제를 처벌 조항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후진국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도 처벌받는다. 이전 법에서는 구걸을 하도록 강요한 사람만 처벌했으나, 지난 5월부터는 구걸을 한 사람도 처벌받게 된 것이다. ‘가난도 처벌하느냐’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오물 투기, 광고물 무단 부착, 현수막 등 ‘시각적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면서 경범죄 단속 건수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이지, 자의적 법집행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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