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년 상반기에 창설키로
증거·현장 보존능력 개선될 듯
증거·현장 보존능력 개선될 듯
지난 5월26일 경북 경주시 건천읍의 한 저수지에서 20대 여성의 주검이 발견됐다. 전날 대구에서 실종 신고된 여대생 남아무개(22)씨였다. 경찰은 실종 당일 남씨를 태운 택시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일주일 뒤 이아무개(30)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범인은 실종 당일 남씨와 같은 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조아무개(24)씨였다. 경찰이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었다.
이런 사건에서 범죄의 마지막 현장은 땅위가 아닌 물속이어서, 증거가 훼손될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여대생의 주검이 발견된 물속 현장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훨씬 수월하게 범인을 검거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경찰이 물속에서 직접 감식활동을 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특히 살인 사건 피해자 등이 들어있는 차량을 물에서 건져 올릴 때 별다른 증거 보존 조처없이 크레인으로 무작정 인양하다 보니 차량 안에 있는 증거물이 빠져나가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경찰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조사하지 않고 이른바 ‘머구리’라고 불리는 민간 잠수부에 의뢰해 물속 수색작업을 벌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맡아 처리해왔지만, 전문 수사기관이 아니다보니 증거 확보와 현장 보전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앞으로 하천이나 저수지 등 물속까지 과학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하천 등 물속 현장 보전과 증거 채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 ‘수중과학수사대’를 만들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갖춘 경찰관이나 수영 전문가 38명을 뽑아 내년 상반기 안에 수중과학수사대를 꾸리고, 수중 수색과 범죄현장 보존, 증거 확보 방법 등을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교육 과정에는 일반적인 수색부터 수중 촬영 등 현장 기록, 물속 시신을 ‘랩’으로 싸고 부표를 이용해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방법, 가라앉은 차량을 수중에서 보존 처리해 증거물이 빠져나가는 일 없이 인양하는 방법 등이 포함된다. 수사대는 수도권·영남·호남·강원·제주 등 5개 권역에 설치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관할 영역에는 국토의 6%에 이르는 하천이나 저수지 등 내수면도 포함된다. 수중과학수사대가 만들어지면 그동안 단순 시신 인양 작업에 치우친 수중 수사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물 속 증거를 확보해 증거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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