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1988년 사들인 전남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밭에서 애초 소유자이자 현재 경작자의 부인 박아무개씨가 25년 전 밭을 팔던 상황을 들려주고 있다.
‘땅 투기 의혹’ 여수 수전마을 가보니
김 후보에 매각 뒤에도 계속 경작
“새 주인 만난 적 없어
율촌산단 개발소식에 사람 몰려
당시 평당 2만원, 지금은 35만원”
김 후보에 매각 뒤에도 계속 경작
“새 주인 만난 적 없어
율촌산단 개발소식에 사람 몰려
당시 평당 2만원, 지금은 35만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1980년대 후반에 사들였던 전남 여수시 율촌산업단지 인근 밭은 애초 주인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동산 투기 정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근무 뒤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일하던 때 율촌산단에서 4㎞쯤 떨어진 이 밭을 샀다.
29일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수전마을에서 만난 주민 박아무개(70·여)씨는 “현대자동차가 입주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타난 부동산 업자를 통해 이 땅을 팔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밭 주인 얼굴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김 후보자가 88년 11월 사들인 산수리 밭 856㎡(259평)의 애초 소유자이자 현재 경작자인 채아무개(72)씨의 부인이다.
박씨는 “그땐 너도나도 앞다퉈 땅을 팔았다. 마을 부근 토지의 80%는 외지 사람들한테 넘어갔다. 우리도 남 따라 땅을 팔았다가 멍이 들어버렸다”고 말했다.
당시엔 1평(3.3㎡)당 2만원씩 받고 팔았는데 요즘 시세는 35만원은 한다고 했다. 박씨는 “그때 팔았던 전답들을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이 고생 안 하고 편하게 살 것”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남편 채씨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서울에서 부동산을 한다는 김아무개씨한테 땅을 넘겼다. 돌밭이라 농사짓기 힘든 땅이었다. 지금도 경작하고는 있지만 땅 주인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했다. 채씨 부부는 경작료조차 요구하지 않는 땅 주인들을 대신해 여태껏 이 밭을 자신의 땅처럼 여기며 감자·열무 따위를 가꾸어왔다.
그러다 지난 8월 땅 주인의 부인이라는 사람이 전화로 ‘땅에 나무를 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뒤에도 박씨는 “밭을 묵힐 수 없어서” 고구마와 생강을 심어 지난주에 고구마를 수확했고 생강도 곧 캐야겠다고 했다.
이 마을 이장 위종량(66)씨는 이날 “마을에서 오래 살았지만, 은퇴한 뒤 생활하겠다고 땅을 사거나 집을 짓겠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 땅에 대해 ‘노후에 집을 지으려고 사놓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80년대 후반 현대자동차 입주를 목표로 조성했던 율촌산단 개발계획은 구제금융위기와 정주영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급격하게 위축됐다. 2005년에는 현대차 입주 계획이 공식적으로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율촌산단 배후의 택지·상가 조성 등을 기대했던 개발거품은 꺼지고 외지인들은 토지를 처분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사 주화섭(80)씨는 “율촌산단 주변에 88~89년, 91~92년 두 차례 부동산 투자 피크가 있었다. 그땐 서울에서, 부산에서 엄청 몰려들었다. 최근엔 개발 기대가 사라지면서 거래가 끊겨 외지인들이 산 땅 대부분의 거래가 묶여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수/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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