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자살에 누리꾼들 애도 이어져
“나도 전화로 막 퍼부은 적 있는데…마음이 아프네요”
“나도 전화로 막 퍼부은 적 있는데…마음이 아프네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을 해부한 <한겨레> 31일치 기사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직원인 최아무개(32)씨의 죽음에 대해 누리꾼들의 공감과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청소기 속 개똥까지 치우라고 해도 “고객님은 항상 옳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수리 기사들의 열악한 처지를 알린 <한겨레>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적지 않게 놀란 듯했다. 한 누리꾼(아이디 go***)은 기사 댓글을 통해 “저렇게 개념 없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또 회사에서의 압박감도 이만저만 아니니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 이건 고쳐져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씨의 죽음에 대한 애도도 이어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욕설 녹취’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노동자 자살. 삼성, 언제까지 봉건적 노사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아이디 tbvj****)은 최씨의 죽음에 대해 “같은 동네라 가슴이 덜컹 내려앉네요. 두세달 전 세탁기 일주일이 다가도록 수리를 안 해주고 빨래는 산더미처럼 쌓여서 저녁에 센터에 전화해서 막 퍼부었더니 30분도 안돼서 기사분 왔는데 허리 부상으로 잘 걷지도 못하심ㅠㅠ”이라며 “혹시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네요. 아니길 바라며 고인 명복을 빕니다” 고 애도의 글을 올렸다.
무엇보다 같은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했던 누리꾼들은 <한겨레> 기사와 최씨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 쌓인 고충과 불만을 봇물처럼 쏟아놓았다. 자신을 ‘10년째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서비스종사자’라고 밝힌 이는 <한겨레>로 메일을 보내 “기사를 보고 눈물이 나고 위로받는 기분이어서 매장 직원들과 함께 읽었다”며 “언제 올지 모르는 본사의 미스터리 쇼퍼 때문에 하루하루 지쳐가고 동료 직원들과 얘기하는 것까지 감시당하니 정말 힘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쇼핑몰에 일한다는 판매 노동자도 “우리 쇼핑몰은 자체적으로 미스터리 쇼퍼를 고용해 영수증 미발급을 유도한 뒤 이를 트집잡아 벌금으로 두배의 수수료를 뜯어간다”며 “너무도 치사하고 악덕”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의 ’해피콜’ 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친절도를 평가받아야 하는 수리 기사들은 해피콜이 주는 심리적·제도적 압박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해봤다는 아이디 ho******의 누리꾼은 “새벽 6시 반 출근, 저녁 8시 퇴근, 밥 먹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치이고 10점 만점 동냥해야 하고 7점 이하로 나오면 시말서 써야 하고 정말 더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수리 기사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고객들한테 ‘매우 만족’을 받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대충 만족한다’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매우’ 라는 말 잘 안 쓰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아이디 ho******)은 “소비자가 고장 나고 짜증나서 왔는데 돈(수리비)받고 10점 만점 달라고 하니 어느 고객이 10점 만점 주겠나. 위대가리들한테 욕먹어가며 부품 공짜로 갈아주고 10점 만점 받으면 위에서 깨고 유상서비스하면 고객한테 욕먹고”라며 고객과 소속 관리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를 한탄했다.
대기업인 삼성의 이름을 걸고 일하지만, 월급은 하청을 거쳐 박봉을 손에 쥐는 협력사 구조도 비판 도마에 올랐다. 한 누리꾼(qora****)은 “삼성이든 엘지든 모든 대기업들이 돈 적게 들게 하려고 협력업체 간판만 달고 간부가 와서 관리한다. (서비스) 기사들이 받아야 할 수당을 바지사장들이 챙겨 간다”고 폭로했다. 이 누리꾼은 “전국 서비스센터 중 정직원들이 있는 센터가 7군데 정도 되는데, 연봉 4000만원에 휴가수당 다 나온다. 협력업체 기사들과 일이 다르냐면 절대 아니다. 협력업체 기사는 (연봉이) 그 반토막도 안되고, 쉬면 다 돈 까인다. 방문해 고쳐주는 외근 기사들이 가져가는 돈이 한달 80만원, 심하면 30만원도 있다는 불편한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아이디 od***)도 “A/S는 완성된 조립품의 사후 사용 영역으로 삼성 브랜드의 직접적인 책임 영역이다. 아주 중요한 브랜드를 책임지는 A/S 직원이 하청직원일 수는 없다. 삼성 정직원이어야 맞다”며 협력사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정노동자들의 강요된 친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6년동안 감정노동 문제를 연구해왔으나 우리 언론이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적이 거의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사회적 규제를 만드는 데까지 논의가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아이디 n1******)도 “무조건적인 수동적 친절이 아닌 순수하며 능동적인 친절이 나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친절은 강요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고객의 부당함에 제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경 임지선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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