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친족 살인범 259명 중
동거범죄 207명…80% 달해
경제난에 같이 살던 친족들
오랜 갈등 겪다 잔혹 범죄
“가족 붕괴 막을 대책 절실”
동거범죄 207명…80% 달해
경제난에 같이 살던 친족들
오랜 갈등 겪다 잔혹 범죄
“가족 붕괴 막을 대책 절실”
4일 충북 영동군에서 어머니(72)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아들 ㄱ(43)씨가 구속됐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ㄱ씨는 어머니가 형만 편애하고 자신은 홀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지난 1일 충남 천안에선 30대가 외숙모와 조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외삼촌 집에 얹혀 살던 범인은 이사비용 문제로 외삼촌과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최근 울산에선 8살 딸을 수년간 때려 숨지게 한 새엄마 박아무개(40)씨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8월 말 8살짜리 사내아이가 아버지와 새엄마가 휘두른 골프채 등에 맞아 숨진 비극도 최근 검찰 기소 과정에서 알려졌다.
가족·친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줄지 않는 가운데, 친족 가운데서도 함께 사는 ‘동거친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3일 경찰청의 범죄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족·친족을 대상으로 살인·강도·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검거된 이는 모두 2만1751명으로 전년 대비 15%(2850명) 증가했다. 2010년 2만224명이던 친족 대상 범죄자 수는 2011년 1만8901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다시 늘었다. 범죄통계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한 1994년(1만7461명)과 견줘 24.6%(4290명)나 증가한 수치다.
친족 살인범(미수 포함)은 지난해 259명으로 이 가운데 207명(80%)이 동거친족을 살해한 경우였다. 2008년(228명) 이후 연평균 250명을 꾸준히 넘어서는 친족살인 중에서도 동거친족 대상 범죄 비중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표 참조) 친족 대상 범죄 가운데 형이 가중되는 존속살해는 최근 5년간 평균 주당 한 번꼴로 일어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과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깊어지는 가족 내 갈등이 바깥 사회에서 해소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화를 겪는 가정이 늘어나는 데 반해 사회가 이를 막아주지 못하고 도리어 양극화가 가속화하다 보니 개인들의 고립감이 심화되고 가족간의 반감은 커지고 있다. 평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취업난으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녀가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나 친척에 기대 살면서 돈이나 취업 등의 문제로 함께 사는 가족간에 갈등을 빚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해체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장석헌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빠른 핵가족화와 이혼 급증,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친족간의 소통이 부족해지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해져 분노나 섭섭함을 못 참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친족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가족간의 갈등을 사회에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교수는 “정부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등 가족 단위로 지워진 짐을 사회가 나눠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위기의 가정을 조기에 파악하고 가족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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