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세력전(대세전)’은 오는 10일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서울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소재지를 위치로 진영을 나누어, 어릴 적 경험했던 운동회 단체종목과 대학생들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을 통해 자웅을 겨룬다.
지난해 연말 ‘솔로대첩’은 망했다. “여자보다 비둘기가 많았다”는 우스개가 떠돌았다. 경찰 추산 1000명의 참가자가 몰렸지만, ‘성비 조절’에 실패한 탓이다. 몰린 인파는 많았지만, 주최 쪽의 진행이며 통제도 없다시피 해 흐지부지 끝났다.
솔로대첩은 2012년 11월3일 페이스북 페이지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의 운영자인 유태형(25) 씨가 “솔로 형·누나·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앤에스·SNS)를 통해 전파되며 감당할 수 없게 판이 커졌다. 성인남녀를 모으는 것 외에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 비록 실패했지만, 에스앤에스를 활용한 대규모 만남의 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된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수만명의 ‘좋아요’와, 현장에 수천명을 끌어모으는 자발적인 ‘힘’을 보여준 까닭이다.
올해는 ‘커플’을 염원했던 솔로 대첩과 정반대로, “커플은 물러가라”를 내세운 ‘솔로’ 운동회가 등장했다. ‘대세전’이라고 명명된 이 운동회는 서울 지역 대학생들이 동·서·남·북 소재지에 따라 4개 팀으로 나눠 운동·게임 등을 겨루는데, 여기선 헌팅이 ‘신고 대상’이다. 헌팅 현장을 신고하면 신고자의 팀에 점수를 부여한다. 헌팅하는 순간 발찌를 채워버리자는 아이디어도 논의중이다.
오는 10일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운동회는 페이스북 ‘대학의 정석’ 페이지와 연계된 디자인·기획·홍보 스타트업 회사 ‘아큐파이’가 주관한다. ‘대학의 정석’은 젊은 층의 트렌드로 떠오른 ‘병맛’ 코드를 내세워, 1년만에 16만 팬을 거느린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showmetheA)다. ‘병맛’이란 뭔가 어설프고 비상식적이어서 한심하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는 B급 유머를 일컫는다.
대세전을 홍보하는 이우제(24)씨는 “솔로대첩은 즉석 만남만을 노리고 오는 이미지 때문에 여성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며 “(대세전에서는)커플, 불필요한 스킨십을 차단하겠다. ‘대학의정석’ 페이지 성격이 솔로다. 운영자도 25살 복학생”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기획 및 진행에도 100여명의 대학생들이 직접 참여한다.
솔로 대첩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다른 대규모 만남의 장을 기획하려는 시도는 올해 꾸준히 이뤄져 왔다. 운동회의 요소를 도입한 것이 ‘대세전’이라면, 이에 앞서 ‘맛집 탐방’을 가미한 행사도 있었다. 올 초 성남과 홍대에서 두차례 열린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다. 지정된 음식점을 돌며 즉석 만남을 갖는데, 일정 금액의 참가비를 내면 음료와 맥주는 무제한이다. ▶ 관련기사 보기
소셜데이팅 업체나, 관련 기업들의 ‘벤치마킹’도 활발했다. 지난 2월엔 일본관광청, 여행사, 소셜데이팅 업체가 연합해 ‘Again(다시) 솔로대첩’이란 이름으로 여행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결혼정보업체, 라디오프로그램 등도 솔로대첩을 표방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소셜 만남의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원조’ 솔로대첩도 돌아온다. 지난해 솔로대첩 행사를 기획안 유씨가 ‘가치가’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2013년 솔로대첩의 본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1년간 솔로대첩의 실패 원인을 연구했다”며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썼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대학생들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의정석’에서 소셜 운동회 기획 소식이 알려지자, 2시간만에 2000건 이상의 ‘좋아요’가 쏟아졌고, 279명이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 10일 경기 당일엔 100여명의 대학생들이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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