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천안동남서 제공
경찰, 1000억대 사기 벌인 기업형 조직 2대 총책 등 구속
외국으로 도피한 ‘김미영 실제 인물’과 1대 총책은 추적중
외국으로 도피한 ‘김미영 실제 인물’과 1대 총책은 추적중
대출 사기를 상징하는 문자메시지 ‘김미영 팀장입니다’를 처음 만들어내는 등 1000억원대 전화금융사기를 벌인 조직의 우두머리를 비롯한 수십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2011년 1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만들어 대출 사기를 벌이고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이거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500여명한테서 38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등)로 조직 2대 총책 김아무개(34)씨를 비롯해 28명을 구속하고 현금 인출책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김미영 팀장’이라며 특정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는 대출 사기 문자메시지의 실제 인물 김아무개(37·여)씨와, 이런 사기 수법을 처음 만든 1대 총책 박아무개(41)씨 등 49명의 체포영장을 받아 추적하고 있다. 김씨와 박씨는 경찰 수사를 피해 각각 중국과 필리핀에서 도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구속된 총책 김씨 등은 국내에서 조직폭력배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다 알게 된 이들을 모아 중국 칭다오의 가구공장,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 콜센터 10여곳을 차린 뒤 합숙생활을 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연락처와 대포통장을 모아 관리하고 인터넷·전화회선을 통제하는 중앙센터, 그 아래 환전팀과 콜센터별 사장·팀장·연락책을 뒀으며 국내에는 인출·송금 전담팀을 두는 등 400여명이 국내외에서 기업형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희망 대출금 등 정보를 미리 수집한 뒤 각 콜센터에 배분하고 콜센터에서는 전화로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아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보증보험료 10만원 안팎을 요구하거나 인지세·이자 공탁 등을 빌미로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매주 금요일 수익금을 정산해 콜센터별로 배분한 액수가 30억~40억원에 이를 만큼 조직 규모가 컸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543명, 금액으로는 38억8000여만원이다. 한 피해자는 두달 동안 1억3000만원을 사기당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갖고 있던 현금 6000만원, 고급 수입차량, 명품 가방을 비롯해 범행에 사용한 대포폰과 대포통장, 타인 명의의 현금카드 등을 압수했다. 또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문자 발송 사이트 3곳의 아이디 5개를 분석해 추가 피해 사실을 확인중이다. 곽태희 천안동남서 수사과장은 “국내에서 현금 인출책이나 통장 모집책을 붙잡더라도 점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외에 있는 조직 우두머리까지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기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에 따라 이들이 차명으로 숨겼을 재산까지 추적해 피해 회복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천안/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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