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이 지난 11월22일 불법선거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정기총회 열어 입장문 발표…이용훈 주교 등 22명 참석
“국가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 민주주의 근간 뒤흔들어”
“사회 각계의 정당한 요구를 이념적 잣대로 왜곡 호도”
“국가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 민주주의 근간 뒤흔들어”
“사회 각계의 정당한 요구를 이념적 잣대로 왜곡 호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는 11일 정기총회를 열어 “정부와 여당이 종교계와 사회 각계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보다는 이념적 잣대로 왜곡하고 호도해왔다”며 정부가 교계의 움직임을 종북으로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평위는 정기총회 뒤 낸 입장문을 통해 “교회의 현실참여와 사회적 의견에 대한 (정부·여당의) 종북 폄훼와 편협한 이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올 한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적 선거 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 축소 시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매우 위중한 사안임을 다시 한번 공감했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한국 가톨릭을 공식 대표하는 주교회의에서 주로 정치·사회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로, 정기총회는 1년에 한번 연다. 이날 정기총회엔 전국 정평위 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전국 15개 교구 정평위원장 등 22명이 참석했다. 정평위는 지난달에도 인권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과 은폐·축소 시도를 비판한 바 있다.
정평위는 “모든 국민은 권리와 의무에 기초한 정당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이런 의견과 비판을 단순히 ‘국론 분열과 갈등 조장’으로 인식하는 일각의 이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평위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교황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을 강조한 뒤 “‘정교분리의 원칙’을 거론하며 교회의 현실참여에 대해 일각에서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을 매우 폐쇄적이고 협의적으로 이해한 때문이다. 약자와 빈자,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야 함은 신앙인의 당연한 의무다”라고 밝혔다.
이 기구는 밀양 송전탑 건설로 약자들이 희생되는 것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국책사업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할 공정한 사회 공론화 기구 설치를 정부에 제안하기로 하고, 핵발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15개 교구에서 모금한 5700여만원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등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정평위의 한 관계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아닌 주교회의 공식기구인 정평위 차원에선 정부 여당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위의 결의를 분명히 한 셈이다.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적 선거 개입과 은폐·축소는 유야무야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데 공감했기에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교구별로 노력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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