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에 첨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월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절반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안 제출 때 여론 수렴 결과를 첨부해 제출하도록 돼있다.
23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한국방송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2월4일과 5일 19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500원 인상안’에 대한 의견으로 ‘다소 많다’는 30.5%, ‘너무 많다’는 27.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치면 57.8%가 수신료 인상 폭이 크다고 응답한 것이다. ‘적절한 수준’은 30.8%,‘너무 적다’는 2.2%, ‘다소 적다’는 9.2%였다.
여론조사는 1000원, 1500원, 2000원, 2500원 등 네 가지 인상 폭에 대한 의견을 묻도록 설계됐으며, ‘수신료 동결’에 대한 의견은 아예 묻지 않았다. 최 의원은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사를 하고도, 국민 다수가 반대한 안을 결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수신료 인상안을 자진 철회하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방송 야당 추천 이사 4명(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과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방송이 인상안을 자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안은 상업방송과 종편 등 유료방송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기 위한 우회적 꼼수이며, 특히 이사회 보고와 의결을 거치지도 않은 채 스마트폰이나 피시 등으로 수신료 부과 대상을 확대하거나, 3년마다 물가에 연동해 수신료를 올리는 방안을 끼워넣은 것은 이사회를 능멸하는 꼼수”라고 밝혔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한국방송이 ‘중장기적 정책제안’이란 미명 아래 ‘1인 단위, 1인 가구’까지 수신료를 확대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가 여론이 좋지 않으니 결국 방통위에 공문을 보내 문제의 정책 제안을 빼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방송이 방통위에 내놓은 수신료 인상안을 자진 철회하고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16일 한국방송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의결한 것을 기자회견을 열려던 시민단체 회원들을 한국방송 청원경찰들이 제지한 일에 대해서는 한국방송 쪽에 “정중히 사과하고 보상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은 21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대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의 티브이 수신료 징수 위탁 수수료 원가’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한전은 한국방송을 대신해 수신료를 전기세와 함께 징수하는데, 위탁 수수료율이 올라 “공기업끼리 ‘이익 챙겨주기 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한전은 올해 5929억원의 수신료 가운데 6.15%인 402억원을 챙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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