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차 공판…변호인 신문은 응해
“전쟁 막을 방법 화두 던진 것뿐”
‘정치군사적 준비’ 발언 등 해명
“전쟁 막을 방법 화두 던진 것뿐”
‘정치군사적 준비’ 발언 등 해명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27일 재판에서, 전쟁에 대비한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난해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종교시설에서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전쟁 발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된 바 적어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한 신문은 지난해 11월12일 이 사건 재판이 시작된 뒤 이날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이날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43차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국가정보원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며 오전에 진행된 검찰 신문에 불응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 의원회관 압수수색과 관련해 자신의 보좌관 등 5명에 대해 새해 들어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에 대해선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의원의 신문 불응에도 1시간40분에 걸쳐 200여개 질문을 이어가면서 이 의원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이 피고인이 지난해 5월12일 합정동 종교시설 강연에서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과 관련해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토대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니냐”고 물었다. 또 “‘자신의 초소에서 총공격 명령을 기다리라’는 말은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선동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검찰은 “당일 모임이 반전평화를 위한 것이라지만 강연과 토론에서 그런 말이 나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압수한 이 의원의 수첩 등을 근거로 “피고는 민혁당 사건 이후 여전히 대남혁명을 꿈꾸는 직업적 혁명가로 활동해왔다. 각종 집회에서 ‘혁명동지가’를 부르고, 2012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애국가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취지는 뭐냐”고 추궁했다.
반면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변호인 신문을 통해 적극 반박했다. 지난해 5월 강연에서 나온 자신의 ‘물질기술적 준비’ 발언에 대해 “전쟁이 나면 공멸인데, 일단 닥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전시가 아니라, 미리 전쟁을 막기 위한 구체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정치군사적 준비’ 발언과 관련해 전시 후방교란 등의 군사적 대응을 선동했다는 공소 내용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전쟁 발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연구된 바 적어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모임 당시 진보당 당원의 일부 발언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권역별 토론 결과 발표를 보면서 제가 많이 놀랐다. 일부에서 본 강의와는 전혀 다르게 총이며, 칼이며, 통신선 말을 하기에 저건 좌경맹동주의라고 생각했다. 전환기에 진보진영의 사명을 바로 세우고 대중의 힘과 지혜에 의지해야 한다는 애기였는데 (발표 당시) 주제가 너무 예민해 말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2012년 6월 당직선거 출마자 결의대회에서 혁명동지가를 제창하는 등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했다”는 검찰 쪽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혁명동지가의 가사는 잘 모르나 곡이 경쾌해 좋아한다. 이것 가지고 국가보안법 (위반)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문명국가의 수치다. 검찰 말대로라면 평양냉면과 아바이순대를 좋아하면 북을 좋아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또 애국가 문제와 관련해선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 행적 등 ‘애국가 친일 논란’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원회’ 등은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등 국내외 인사와 시민 10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한 ‘내란음모 사건 구속자 무죄석방 10만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