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의해 간첩으로 지목을 받았으나,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유우성씨가 2013년 12월6일 오후 항소심 재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기소 유씨 “수사때 진본 봤다” 주장
검찰은 1심 무죄 뒤에야 ‘위조본’ 내
문서 위조했거나 알고도 냈다면
보안법상 무고·날조죄에 해당
민변 “신속히 수사해 관련자 엄벌을”
기소 유씨 “수사때 진본 봤다” 주장
검찰은 1심 무죄 뒤에야 ‘위조본’ 내
문서 위조했거나 알고도 냈다면
보안법상 무고·날조죄에 해당
민변 “신속히 수사해 관련자 엄벌을”
탈북 화교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회신하면서, 이 사건을 수사·기소한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짙은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유씨 쪽은 지난해 초 국정원이 자신을 조사할 때 중국이 이번에 ‘진짜’라고 회신한 출입국기록을 보여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검찰이 다른 출입국기록을 증거로 냈고, 이것이 이번에 ‘가짜’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이 이미 진본을 확보하고도 가짜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4일 밤늦게 “검찰은 결코 위조하지 않았다. 조속히 진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검찰은 유씨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를 핵심 증거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면서도 이 문서를 입수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대신 재판부에 ‘공식 절차를 통하진 않았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은 문서가 맞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검찰 관계자는 “공식 루트를 통해 요청했는데 중국이 거절해서 얻지 못했다. 정보 협조를 통해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중국 정부가 ‘진짜’라고 회신한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를 국정원이 지난해 초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는 유씨 쪽 증언이 주목된다. 국정원이 유씨를 조사하며 이 출입경기록을 제시하자 유씨는 ‘북한에 들어간 기록은 없고 북한에서 나온 기록만 있어 출입경기록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국정원은 ‘두만강 도강 등의 방식으로 몰래 북한에 들어간 뒤 중국으로 나와서 기록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도 항소심 재판정에서 ‘진짜’ 출입경기록을 수사 때부터 갖고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가 번복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수사 때부터 ‘진짜’를 갖고 있었고,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간첩 사건의 증거를 위조했거나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제출했다면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에 해당한다. 이는 간첩죄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된다. 국정원이 간첩 사건 조작을 위해 증거를 위조했다면 대선개입 사건에 이어 또다른 불법공작 행위가 드러나는 셈이다. 검찰이 위조된 증거라는 걸 알고도 법정에 제출했다면 검찰은 존립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검찰은 중국 정부가 위조됐다고 밝힌 문서를 국정원을 통해 넘겨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국정원을 상대로 문서 입수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날 “중국 심양 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도 문건이 가짜라고 했을 뿐 한국이 위조했다고 한 게 아니다. 최대한 빨리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건은 이미 외교문제로 비화할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 주재 중국 영사부는 서울고법 등에 보낸 회신에서 ‘위조범을 잡을 테니 한국이 수사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한국과 중국은 형사 사법공조 조약을 맺고 있다. 한 중국 변호사는 “공문서 위조의 경우 중국 형법 280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사안이 심각한 경우 3년 이상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사안의 외교적 민감성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민변은 이날 “국가정보원, 검찰, 외교부까지 이용해 중국 공문서 위조 범죄를 저질렀다는 충격적이고 후안무치한 사실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며 “수사기관은 이 사건 조작 및 증거 날조에 가담한 관련자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고 엄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김원철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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