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간편한 샌드위치 패널
단열 잘되지만 하중엔 약해
지붕 열선 깔거나 경사 둬야
설계와 다른 부실공사 의심
전문가들 “기둥만 세웠어도…
모든 패널건물 안전점검해야”
단열 잘되지만 하중엔 약해
지붕 열선 깔거나 경사 둬야
설계와 다른 부실공사 의심
전문가들 “기둥만 세웠어도…
모든 패널건물 안전점검해야”
시공 기간이 짧고 저렴하며 단열이 잘되는 ‘샌드위치 패널’이 이번 폭설엔 독이 됐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패널이 종이 조각처럼 구겨져 내리면서, 대학에 첫발을 내디딜 새내기 9명 등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건축 전문가들은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샌드위치 패널은 가볍고 조립이 쉬워 짧은 시간에 구조물을 완성할 수 있어 전국 중소 규모 공장이나 창고 등에 흔히 이용되고 있다. 특히 스티로폼 등 단열재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들어 단열 기능이 강하다. 이번 대형참사가 일어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다. 무너져 내린 지붕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보다 단열 효가가 뛰어난 유리섬유가 들어간 ‘글라스울 패널’이 사용됐다.
문제는 이런 샌드위치 패널이 붕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경고음’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사고가 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과 같은 방법으로 지어진 울산 지역의 건물들은 9~10일 23㎝가량의 폭설로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경주에는 6일부터 사고가 난 17일까지 50여㎝의 눈이 내렸다.
부실 시공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붕괴 현장 화면과 사고 전 체육관 사진 등을 본 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체육관 지붕의 경사가 평평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샌드위치 패널은 하중에 약한 특성상 지붕에 경사를 줘 눈이 쌓일 경우 아래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형준 건국대 교수(건축학)는 “샌드위치 패널은 하중을 견디는 건축 자재가 아니라 방음·단열 자재다. 지붕에 경사를 두거나 열선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육관 내부에 기둥만 설치했더라도 참사를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체육관 설계를 맡은 이아무개 건축사는 “규정에 따라 1㎡에 적설량 50㎝까지 견디도록 설계를 했다. 강당 안에 기둥을 세우지 않은 것은 의뢰를 한 업체의 견해를 받아들여 주문대로 설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공 과정에서 설계와 다르게 부실 공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 특성상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건물 출입구가 변형돼 문이 열리지 않아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샌드위치 패널을 싸고 있는 철판은 압력을 버티는 힘이 크지 않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취약점이 많은데도, 이 체육관은 지어진 이후 한 차례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기준 면적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체육관은 1205㎡ 크기로 리조트 쪽의 의뢰를 받은 경북 포항의 ㅅ건설이 2009년 6월24일 공사를 시작해 그해 9월9일 두달 보름 만에 준공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기준 면적인 5000㎡ 이상 규모에 미치지 못해 그동안 안전진단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모든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이 체육관과 같은 건축물은 그동안 안전진단 없이 허가사항으로 허가만 받아서 다중이 이용해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진단을 받도록 하는 등의 안전기준을 강화시켜야 한다. 안전 매뉴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대구/구대선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