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위조 단정못해 수사 안해”
대선개입·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등
국정원 연루 사건마다 ‘새가슴’
대선개입·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등
국정원 연루 사건마다 ‘새가슴’
검찰이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의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나섰으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연루된 사건들 앞에서 검찰이 스스로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검찰은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한 것이 ‘내용은 진실하나 권한이 없는 자가 발급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변호인이 제출한 문서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합법적인 정식서류”라고 한 반면 “검사 쪽이 제출한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제출한 문서의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중국이 판단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위조가 아닐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국정원과 외교부의 ‘협조’를 전제로 한 조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하는 조백상 주선양 한국총영사를 불러 조사하기 위해 외교부와 조율하고 있다. 또 선양영사관에서 활동했던 국정원 직원의 신분과 활동 내용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부탁했다.
검찰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50)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20일 “(범죄 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모든 가능성을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범죄 혐의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국 정부가 자국 공문서에 대해 ‘공문과 도장이 위조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서가 위조됐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를 해야 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피고인인 유우성씨가 낸 것이 위조됐다’고 회신했다면 검찰의 태도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처럼 움츠린 모습을 보이는 건 수사선상에 국정원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검찰은 현 정권의 정통성을 건드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로 채동욱(55) 검찰총장이 낙마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남재준(70) 국정원장이 고발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 사건은 아직까지 결론도 못 내고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관련 개인정보 유출에 국정원 정보관(IO)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아직까지 수사는 답보상태다. 채 총장 낙마 이후 국정원 앞에만 서면 검찰의 칼날은 녹슬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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