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위조]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국정원
공적·사적 정보 주고받으며 공조
국정원 제출 증거 위조 드러나자
제대로 검증 안한 검찰도 덤터기
검찰 내부서 대공수사 난항 우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국정원
공적·사적 정보 주고받으며 공조
국정원 제출 증거 위조 드러나자
제대로 검증 안한 검찰도 덤터기
검찰 내부서 대공수사 난항 우려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낸 중국 공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중국 정부가 밝히면서, ‘국정원 수사-검찰 지휘’로 이뤄지는 대공수사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 사건 1심 재판에서는 증거로 제출된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검찰 안에서조차 앞으로 두 기관의 협조로 진행되는 대공수사의 증거물을 어떻게 믿겠냐는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검찰 관계자 등의 말을 들어보면, 국정원이 수사하는 대공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공안1부가 지휘한다. 유우성(34)씨 간첩 혐의 사건도 이 구조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 국정원과 검찰이 함께 수사하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이 맡는 대공사건은 검찰 공안부가 ‘파트너’ 관계다. 긴밀한 업무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양쪽은 사적·공적으로 정보교류 등을 한다. 검찰이 국정원에 파견하는 검사도 대개 공안통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나 대검 공안부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과 평소에 밥도 먹고 같이 교류한다. 협의체 같은 모임도 이따금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터져나온 증거조작 파문은 국정원과 검찰의 친밀한 관계가 ‘독’이 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소의 돈독한 관계 때문에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를 검찰이 엄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씨의 간첩 혐의 사건에서 국정원이 혐의를 씌우고자 증거물을 ‘창작’한 정황은 중국 공문서 위조 이전에도 이미 곳곳에서 나타났다. 1심 재판에서 국정원과 검찰은 유씨가 간첩 활동을 위해 2012년 1월22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같은 달 24일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유씨가 휴대전화로 북한 회령 집에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유씨 변호인은 같은 기간 유씨가 가족들과 함께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사진을 법정에 냈다. 변호인은 “검찰이 낸 사진도 중국에서 찍은 것인데도 유씨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사진만 제출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실제로 유씨의 휴대전화 사진에는 사진을 찍은 지역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정원과 검찰은 탈북자인 김아무개씨가 2012년 초 유씨를 북한에서 목격했다며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다. 김씨는 당시 북한에 있는 유씨 아버지가 살던 집에서 유씨를 봤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유씨 아버지와 여동생이 이미 북한을 떠난 시점이었다. 게다가 김씨는 법정에서 “북한에서 마약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번 증거조작 의혹은 국정원에 크게 의존해 대공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의 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국정원이 제출하는 증거를 검찰이 무턱대고 신뢰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어제오늘의 일이겠나. 이번에 어쩌다 외부로 한번 공개가 된 거다. 국정원은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검찰과 달리 ‘사법적 사고’가 없다”고 말했다. 한 공안통 검사는 “국정원만큼 대공수사 자료를 방대하게 수집할 수 있는 조직은 없다. 앞으로 그 방대한 자료의 조작 여부를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