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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이 낸 문서-검찰 기소내용, 왜 서로 다른가

등록 2014-02-27 08:04수정 2014-03-04 17:10

국정원 말대로 문서 위조 안됐다면
유우성씨 간첩행위 유일 증거라는
유가려씨의 ‘도강’ 진술은 조작된 셈
기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게 돼
검찰쪽, 공소사실과 출입경 문서
서로 달라서 상당히 당혹해해
진술이 조작됐나 문서가 조작됐나, 둘 다 조작됐나.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수사·기소한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의혹투성이다. 중국 정부가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위조 공문’이라고 밝힌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사실과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의 이런 주장은 국정원·검찰의 이전 수사·기소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꼴이다. 국정원·검찰은 유씨의 동생 유가려(27)씨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가장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로 삼아 유씨를 기소했는데, 유가려씨의 진술과 국정원이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기록이 모순되기 때문이다.

26일 유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은 “(유우성씨가) 2006년 5월27일경 어머니 묘지에서 삼우제를 지낸 후 회령세관을 거쳐 중국에 도착하였으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어 두만강을 도강하는 방법으로 다시 입북할 것을 결심하고, 2006년 5월 하순경 북한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연락한 후 회령시 소재 뱀골초소 인근 건너편 두만강을 중국 측에서 북한 측으로 도강하는 방법으로 재차 입북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국정원·검찰은 유씨의 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에 근거해 유씨가 ‘두만강을 몰래 건너’ 북한에 들어갔다고 한 것이다. 유씨가 이때 북한에 들어가 보위부에 체포됐고 대남공작원 역할을 수행하기로 약속했다고 국정원·검찰은 주장한다.

그런데 국정원이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기록에는 2006년 5월27일 유씨가 세관을 통해 ‘합법적으로’ 북한에 다시 들어갔다가 6월10일에 합법적으로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나타난다. 국정원·검찰이 직접 증거로 내세운 유가려씨의 진술과 충돌한다. 국정원이 낸 기록만 보면, 역설적으로 유가려씨가 회유·협박을 받아 ‘도강’에 대한 허위진술을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유가려씨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수사관들이 ‘원하는 답변’을 할 때까지 회유하거나 폭행해 한달여 만에 허위자백할 수밖에 없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검찰도 국정원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가지고 왔을 때 당혹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가려씨가 ‘도강’ 진술을 한 것과 배치되고, 공소사실과 달라 수사팀이 매우 당황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정원·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낸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국정원·검찰이 수사·기소를 엉터리로 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더구나 국정원·검찰이 항소심 법원에 낸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 중국 공문서 3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위조됐다고 밝히면서, 국정원·검찰은 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검찰 관계자는 “진상조사팀에서 위조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씨의) 공소사실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입수한 유씨의 출입경기록대로라면 유씨가 ‘도강’해 북한에 들어갔다는 공소사실을 바꿔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씨와 변호인은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나갔다는 ‘출’ 기록이 없고 중국으로 들어온 ‘입’ 기록만 있는 ‘진본’ 출입경기록 내용을 국정원이 알고 있었고, 이 기록에 맞춰 유가려씨의 진술을 ‘짜맞추기’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유씨의 공소장에는 유씨가 2006년 5월 하순 ‘도강’해 북한에 들어갔으나 6월 초순 공작원 교육이 끝난 뒤 중국으로 나올 때는 북한 회령세관을 통해 ‘합법적’으로 나왔다고 쓰고 있다. 결국 국정원이 유가려씨를 회유·협박해 ‘진본’ 출입경기록에 맞춘 허위진술을 받아냈다가, 1심에서 유가려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대부분 인정받지 못하고 무죄 판결이 나자 이번엔 위조된 중국 공문서를 제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는 “국정원이 새로 입수한 출입경기록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국정원과 검찰이 처음부터 갖고 있던 (진본) 출입경기록에 유가려씨의 진술을 짜맞추려 했던 정황도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관련영상] [최성진·허재현의 토요팟] #7. '유우성 간첩 조작' 중국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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