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이 드러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주인공 유우성씨가 12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기자회견에 참가한 뒤 ‘증거조작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왼쪽) 자살을 기도했던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씨가 12일 밤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김성광 박종식 기자
탈북자 안한 말은 넣고
‘보위부 비호’ 문제점 지적에도 수정않고 법정 제출
또다른 탈북자 불리한 내용 빼고
“유씨 아버지 목격 시기 불분명”…진술서에 안넣어
국정원서 초안, 자필 받아쓰기
시간 없다며 직접 타이핑…“하고싶은 말 다 못적어”
‘보위부 비호’ 문제점 지적에도 수정않고 법정 제출
또다른 탈북자 불리한 내용 빼고
“유씨 아버지 목격 시기 불분명”…진술서에 안넣어
국정원서 초안, 자필 받아쓰기
시간 없다며 직접 타이핑…“하고싶은 말 다 못적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이 유우성(34)씨한테 간첩 혐의를 씌우는 데 유리한 내용은 진술자의 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덧붙이고, 불리한 내용은 아예 빠뜨린 채 진술조서 등을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국정원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초안을 쓴 뒤 ‘베껴쓰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14일 탈북자 ㄱ씨는 유우성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ㄱ씨는 유씨 가족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2011년 7월 이후에도 북한에서 유씨 아버지를 봤다고 증언한 당사자였다. 하지만 ㄱ씨는 재판부가 “유씨 아버지를 본 시기가 2011년 초인가, 2012년 초인가”라고 거듭 묻자, “국정원 수사관에게 ‘그 부분은 헷갈린다. 혹시 2012년 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제출한 ㄱ씨 진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
국정원에서 조사받은 탈북자 ㄴ씨의 진술조서에는 ㄴ씨가 하지도 않은 말이 적혀 있기도 했다. 국정원은 ㄴ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 다시 찾아와 ‘우리가 내용을 정리했다’며 서명을 요구했다. ㄴ씨는 ‘유씨가 북한 보위부의 비호를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하지 않은 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서의 다른 부분에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표현이 있었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ㄴ씨가 삭제를 요구했지만 국정원 수사관이 ‘시간이 없으니 우리가 알아서 지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ㄴ씨의 진술서는 수정되지 않은 채 법정에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13일 유씨의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아무개(34)씨도 국정원이 출력해온 초안을 자필로 받아쓰는 방식으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씨는 “수사관이 ‘시간이 없으니까 당신이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적어 오겠다’고 했다. 이후 타이핑해 온 것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가 말은 많이 했지만 그 사람들이 적어 온 대로 베껴 썼다”고 답했다.
또 이씨는 법정에서 “‘유씨 가족들이 다 북한에서 나왔는데, (한국) 뉴스에는 북한에 있다고 나온다. 뉴스가 거짓말’이라고 말하자 국정원 수사관이 ‘뉴스는 뉴스일 뿐이다. 조금씩 부풀려서 나온다’고 대답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유씨의 가족이 북한에 없었다’는 취지의 이씨 발언은 법정에 낸 이씨의 진술서에는 없었다.
유씨의 변호인단이 제출한 증거를 뒤집기 위해 국정원·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자료에 등장하는 중국동포 임아무개(49)씨도 지난 7일 <한겨레>와 만나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들이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술서에) 적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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