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전 직원인 김상욱(51)씨
‘대선개입’ 내부고발 김상욱씨
범죄사실조차도 알리면 처벌
결론 정한 뒤 증거 짜맞추기
국정원, 과거로 회귀한 느낌
범죄사실조차도 알리면 처벌
결론 정한 뒤 증거 짜맞추기
국정원, 과거로 회귀한 느낌
“증거조작이라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전 직원인 김상욱(51·사진)씨는 11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2012년 12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선 여론조작과 정치개입 의혹을 폭로해 공직선거법·국정원직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지난달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한겨레> 인터뷰를 문제 삼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국정원은 김씨 재판 과정에서도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샀다. 김씨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김아무개(30)씨를 미행했다는 증거로 재판부에 낸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서 국정원이 김씨 소유라고 지목한 차량은 김씨의 것이 아니었다. 김씨는 “국정원이 지목한 차량은 하얀색 새 번호판인데다 내 차에 없는 선루프도 있었다. 실수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이 자료를 국정원이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고, 검찰은 검증하지 않고 재판부에 그대로 냈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까워했다. “안전기획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정보기관 개혁 논의가 힘을 받을 때는 (국정원 직원들도)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엔 결론을 정해놓고 나머지 증거는 다 짜맞추려하다 보니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다.”
그는 국정원직원법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직원법에 따라 국정원의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공표하려는 경우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직무의 범위가 너무 모호하다. 국정원의 범죄사실을 외부에 밝혀도 처벌받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국정원에 대한 감시를 원천적으로 막는 법 조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2012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심리전단 직원이 비정상적으로 출퇴근한다는 등의 사실을 밝힌 것이 국정원직원법의 기밀누설죄가 됐다.
벌금형을 받았지만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알린 데 후회는 없다고 했다. 김씨는 “국정원 직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런 사실을 밝히는 것은 국정원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는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이번 일 때문에 국정원 후배 정아무개씨가 나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국정원에서 파면당한 것은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 보면 국정원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묵묵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기관은 은밀함을 생명으로 한다. 지난 1년 내내 국정원이 언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국정원이 대통령이나 한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닌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해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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