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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추행 피해’ 여성 대위 자살했는데…가해 소령은 ‘솜방망이’ 처벌

등록 2014-03-20 19:43수정 2014-03-20 22:33

군 법원, 강제 추행 인정하고도 노 소령에게 집행유예 선고
시민단체 “전형적인 감싸기 판결”…군 검찰도 항소 방침
부하 여성 장교에게 성추행과 성행위 요구를 해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모욕·강제추행 등)를 받고 있는 노아무개 육군 소령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군 검찰은 처벌이 가볍다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피해자인 오아무개 대위 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은 오 대위의 부대 출입 기록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20일 육군 2군단 보통군사법원(재판장 한재선 대령)은 “노 소령이 직권을 남용해 오 대위에게 가혹행위와 욕설, 성적 언행 등 모욕을 가했고, 어깨를 주무르는 등 강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노 소령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영관급 장교인 피고인이 부하 장교에게 모욕과 성적 언행을 계속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고, 군 기강과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군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바로 항소할 뜻을 밝혔다. 오 대위의 법률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도 “재판부가 노 소령의 모욕과 성적 언행이 오 대위의 극단적 행동을 초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려면 개전의 정을 보여야 하는데, 노 소령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 소령 쪽은 “주장했던 취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아쉽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노 소령은 현재 휴직자 신분이며, 이날 집행유예 선고로 불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게 된다.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노 소령은 군에서 제적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노 소령은 현재 본인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오 대위가 남자친구와의 불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성범죄 가해자 감싸기 판결로서 국방부가 천명한 성범죄 무관용 원칙이 이미 무너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2군단의 군 검찰은 노 소령의 부당한 지시로 오 대위가 밤늦게까지 근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대 출입 기록을 해당 부대가 고의로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애초 재판부가 제출을 요구한 데 대해 해당 부대인 15사단이 ‘삭제됐다’고 통보한 일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오 대위가 정상적으로 퇴근한 것으로 돼 있는 잘못된 출입 기록을 노 소령 쪽에서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노 소령의 모욕과 성추행, 성행위 요구에 시달린 오 대위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 검찰은 오 대위가 남긴 유서와 일기장, 주변 진술을 바탕으로 노 소령을 기소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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