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의사 못 알아보게 과다 마취한뒤…‘유령의사’가 성형수술

등록 2014-04-10 21:15수정 2014-04-11 00:08

의사회, 잇단 사고로 비난높자 조사
불법 확인 “사과”…제명뒤 고발 밝혀
대리수술 처벌 입법화 추진키로
과다광고 자제 등 정화활동도 나서
일부 성형외과에서 환자와 상담한 유명 의사가 아닌 ‘유령 의사’의 대리수술이 공공연히 이뤄졌고, 환자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수면마취제를 과다투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상목 대한성형외과의사회(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10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기관 간의 과당경쟁과 상업화로 일부 회원들이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해왔다”며 “참담한 심정으로 우리의 잘못을 낱낱이 드러냈다”고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잇따른 성형수술 사고로 사회적 비난이 고조된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한 여고생이 성형수술을 받은 뒤 뇌사에 빠졌는데도 해당 병원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성형외과의사회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서울 강남구에 있는 ㄱ성형외과를 열흘 동안 조사했다. 이 회장은 “처음엔 의료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조사해보니 해당 병원이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으로 의료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성형외과는 유명 의사를 내세워 환자 상담을 하고는,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써서 환자가 의사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고 나서 실제론 다른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선웅 성형외과의사회 상임이사는 “통상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5~7㏄ 쓰는데, 이 병원은 수면마취가 필요 없는 수술에도 프로포폴을 100㏄나 투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ㄱ성형외과는 수면마취제를 너무 많이 쓴 사실을 숨기려고 고용 의사들의 면허를 빌려 다른 병의원을 연 뒤 그곳에서 마취제를 사용한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민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이사는 “ㄱ성형외과는 근로계약서를 쓸 때부터 ‘필요한 경우 의사 면허를 대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면허 대여에 협조적이지 않은 의사한테는 2주 동안 수술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면허 대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수술을 처벌할 명문 규정이 없다. 성형외과의사회는 “ㄱ성형외과 원장이 환자를 속인 게 분명한 만큼 형법상 사기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 1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ㄱ성형외과 병원장 유아무개씨를 제명하고 적극 관여한 의사 3명한테 자격정지 3년, 나머지 단순 가담 의사 8명에겐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한두 병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10~15명의 의사가 있고 광고를 많이 하는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유령 의사나 면허 대여의 문제가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리수술을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공공장소에서 과다한 성형 광고를 하지 않도록 자체 정화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성형외과의사회 내부에서 자성과 함께 대책을 내놓은 건 잘한 일이다. 앞으로도 문제가 있는 병원을 적극 공개하고 조처해야 성형외과와 관련한 사회적 불신이 줄어들 것”이라며 “의사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응급의료시설과 비전문의의 수술 등 환자 안전과 관련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