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결핵예방법 시행령 개정
지자체장이 의료기관에 격리명령
환자 이의제기권 보장 안하는 등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 지적 일어
지자체장이 의료기관에 격리명령
환자 이의제기권 보장 안하는 등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 지적 일어
결핵 치료명령을 거부하면 7월29일부터는 강제로 격리치료를 받게 된다. 결핵이 공기로 감염되는 질병이라 격리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이의제기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격리치료를 받는 환자와 그 가족의 생계 문제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결핵환자 격리치료 명령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결핵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일부개정령안을 11일 입법예고했다. 이재용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이 10만명에 10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며 “결핵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입원명령을 거부하는 환자들을 격리치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입원명령을 거부하는 환자한테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겼지만 집행률이 낮아 실효성이 없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개정안을 보면, 입원거부·임의퇴원·치료중단·무단외출 결핵 환자에 한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 의료기관에 격리치료를 명할 수 있다. 격리치료 기간에 환자와 그 부양가족의 생계 유지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면 생활비를 지원한다. 예컨대, 환자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의 300%(4인가구 기준 489만2천원) 미만이면 월 131만9천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생계를 해결하기엔 지원액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격리치료 탓에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의 유상철 회장은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가 아닌 개인적 질병에 걸렸을 때 단체협약 등이 없다면 노동법 체계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사업주가 임의로 임금을 깎거나 처우를 변경해도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핵환자 격리치료 제도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 정도를 빼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격리치료 명령권은 지자체장이 아니라 법원이 행사하도록 돼 있다. 격리치료 장소도 병원으로 제한한 한국과 달리 집까지 확대한 나라도 여럿이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한국과 달리 격리치료 명령을 받은 환자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한다”며 “지자체장의 명령만으로 격리치료를 하는 건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다”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이재용 과장은 “일반 병원에서 결핵 환자를 진료하면 보건소에 보고하게 돼 있다”며 “보건소는 지방정부가 관리하므로 지자체에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은 “약을 먹으면 전염성이 없어지므로 의학적으로 격리치료가 많이 필요하진 않다”며 “문제는 약을 잘 안 먹는 환자인데, 가장 좋은 방안은 보건소에서 사례관리사를 붙여 환자가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치료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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