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등 점수 깎일까 우려 부모에 요구
평가기간 교사 과로 시달려 보육소홀
학부모들의 불평·불만도 높아져
평가기간 교사 과로 시달려 보육소홀
학부모들의 불평·불만도 높아져
지난해 11월 경남 김해에 사는 김아무개(34)씨는 네살짜리 딸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에게서 ‘불쾌한’ 전화를 받았다. 어린이집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가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으니 집에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는 요청이었다. 김씨는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걸 확인하려고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냐. 그런데도 애가 적응을 못하면 평가점수가 깎일까봐 아이를 집에 두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유아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도입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를 두고 일부 교사와 학부모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보육교사는 길게는 네다섯 달에 이르는 평가인증 기간에 밤샘 업무에 시달린다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그 영향으로 낮 시간에 보육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의 불만도 적지 않다.
2006년부터 실시된 평가인증제는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의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과 교수법, 건강과 영양, 안전 영역을 3년마다 평가하는 제도다. 100점 만점에 75점 이상을 받으면 ‘믿고 맡길만한 어린이집’이라는 인증을 받게 된다. 지난달말까지 평가를 받은 전국 어린이집의 평균 점수는 92.7점이다. 점수가 상향평준화돼 변별력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평가는 개별 어린이집이 신청을 하면 2개월 동안 평가지표에 따라 자체 점검을 하고, 이후 현장조사관이 어린이집을 불시에 방문해 점수를 매긴 뒤 심의를 거쳐 인증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어린이집 쪽에선 평가인증 기간을 포함해 이를 준비하는 4~5개월 동안 서류 업무가 많고 평가 항목이 복잡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한다. 영유아 권익 단체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의 김영명 대표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보육교사가 평가인증에서 요구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하루에 3시간3분이다. 이런 과도한 업무 부담 탓에 인증 기간 앞뒤로 보육교사의 이직이 발생한 어린이집 비율이 52%나 됐다. 연구의 면접조사에 응한 최아무개 교사는 “평가인증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데, 어린이집 평가 점수만 의식하다보니 교사들이 자기 발전을 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나성웅 복지부 보육정책과 과장은 13일 “평가받는 처지에선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어린이집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이 평가인증밖에 없다”며 “문서 업무 항목이나 보육 일지 부분을 이전보다 줄여 평가 부담을 덜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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