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주장 홍성흔은 ‘제발 무사생환’이라는 문구가 적힌 헬멧을 쓰고 타석에 섰다.
영구 결번된 두산 베어스 ‘불사조 박철순’의 배번호
구단, 팬이었던 실종자 생환 기리며 가족에게 전달
구단, 팬이었던 실종자 생환 기리며 가족에게 전달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프로야구 유니폼을 보고 눈물 지은 속사정이 알려지면서 새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면, 가족들이 앉은 자리 한켠에 하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이 걸려 있고 양복 차림의 박 시장이 한쪽 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날 밤 보좌진 없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 시장은 한 실종자 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유니폼에 얽힌 사연을 듣고 눈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니폼 등 쪽에는 실종 학생의 이름 ‘안**’과 ‘21’이란 등번호가 적혀 있다.
유니폼은 지난 달 세월호 참사 초기 침몰 소식을 들은 두산 구단이 해당 실종 학생 가족에게 보낸 것이다. 희생자 수가 매일 늘어가는 상황에서, 실종 학생의 이름인 ‘안**’ 밑에 두산의 전신인 오비(OB) 베어스에서 ‘불사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박철순 당시 투수의 등번호 21번을 달아 반드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실종 학생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으로 알려졌다. 두산 구단은 배번호 ‘21’을 단 유니폼에 생환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을 담은 김현수, 정수빈 등 1군 선수들의 사인을 적어 실종자 가족들한테 보냈다.
두산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실종 학생이 야구를 대단히 좋아했고, 그 가운데서도 두산 팬이어서 아버지랑 잠실구장에 자주 왔었다고 들었다”며 “구단으로서는 소중한 팬이기도 했던 실종 학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 외에 도움을 드릴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두산 선수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주장 홍성흔을 중심으로 모자랑 헬멧에 ‘무사 생환’이란 글귀를 새겨 프로야구 구단들이 애도의 뜻을 보이는 데 앞장선 바 있다.
두산 구단 외에도 프로야구계는 케이티(KT)를 포함한 10개 구단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노란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서고 있고, 모든 구단 감독·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선수들도 기부금 등으로 안타까운 애도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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