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현장 2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병동이 화염에 검게 그을려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흡한 의료기관 인증제
화재 관련 5개 항목 미흡해도
다른 분야 평가 좋으면 인증 가능
유효기간 4년간 외부 점검 없어
화재 관련 5개 항목 미흡해도
다른 분야 평가 좋으면 인증 가능
유효기간 4년간 외부 점검 없어
28일 화재로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효사랑 병원)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환자 안전 수준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정부가 보장한다’며 ‘의료기관 인증제’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정부 평가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화재안전’은 인증 대상에 들어 있긴 하지만 필수 항목이 아니다. 따라서 화재에 대비한 안전시설 등이 미흡해도 다른 분야의 평가가 좋으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평가제도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된다. ‘요양병원 인증기준’을 보면, 안전·진료체계·경영 등의 분야에서 203개 항목을 조사하도록 돼 있다. 조사 결과 충족률이 80%를 넘어야 인증이 이뤄진다. 그러나 화재예방과 관련된 5가지 항목은 ‘필수’ 항목에서 빠져 있다. 송현종 상지대 교수(의료경영학)는 “화재와 관련한 안전 문항이 필수 항목에서 빠진 건 안전과 관련한 우리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 의무인증을 지난해부터 시행했는데 병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로 화재안전 문항을 필수 항목에서 빼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효사랑 병원의 평가 항목별 세부 등급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세부 등급을 공개하면 ‘병원 줄 세우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013년 2월 이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요양병원의 시설과 안전을 평가할 땐 세부 영역의 수행률을 공개했다.
한번 인증을 받으면 유효기간이 4년에 이르지만 중간에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외부에서 점검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인증 뒤 2년까지는 ‘필수’ 항목만, 그 뒤에는 전체 항목을 자체 평가해 보고하게 돼 있다. 과거 심평원이 평가를 맡을 땐 소방서 등에 의뢰해 매년 점검한 데서 후퇴한 것이다. 병원 평가인증 실무를 맡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정혜경 인증사업실 팀장은 “현장조사 때 해당 병원이 환경안전 항목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더라도 그 뒤 그런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짚었다.
안전과 관련한 조사 항목에서 화재 때 연기를 빼내는 ‘제연·공조설비’ 같은 화재 대비 시설을 점검하지 못하는 대목도 인증평가의 한계로 꼽힌다. 이번에 희생된 사람들은 연기가 빠지지 않아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인증 기준엔 제연설비 등에 관한 규정 자체가 없다. 화재 안전관리 분야는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법엔 병원에 제연·공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소방 설비는 전문적인 영역이라 소방법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 스프링클러는 필요하다고 봐 입법 의견을 냈지만 제연·공조설비 관련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인증은 개별 병원이 이를 신청한 뒤 통상 6개월~1년의 기간을 두고 203개 항목을 자체적으로 준비하면, 조사위원 3명이 병원이 지정한 날짜에 병원을 방문해 2~3일 동안 점검한다. 조사가 끝나는 날로부터 2개월 안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조사 결과를 심의한 뒤 인증 여부를 공표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요양병원 인증기준 중 화재안전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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