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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마 “내 아버지 먼저 구해야” 말 못한
소방관 아들의 비통한 눈물

등록 2014-05-28 23:39수정 2014-05-29 15:11

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한 요양병원 내에서 불이 나 119 구조대가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층짜리 별관 건물의 2층 가장자리에서 불이 났으며 1층에 있던 환자들과 근무자들은 대피했으나 2층 환자 대다수가 질식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2014.5.28/연합뉴스
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한 요양병원 내에서 불이 나 119 구조대가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층짜리 별관 건물의 2층 가장자리에서 불이 났으며 1층에 있던 환자들과 근무자들은 대피했으나 2층 환자 대다수가 질식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2014.5.28/연합뉴스
출동한 곳이 아버지 입원한 병원
다른 환자 구하느라 먼저 못찾아
뒤늦게 ‘사망자 명단’서 발견
‘저 안에 아버지가 계신데….’

전남 장성 효사랑병원의 화재로 숨진 이들 가운데 당시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는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남도소방본부는 28일 0시27분께 장성 효사랑병원에서 화재 신고가 들어오자 즉시 인근 소방서들의 소방관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담양소방서 소속 곡성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소방관 홍왕석(41)씨도 비번이어서 집에서 잠을 자다가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홍씨가 동료들과 함께 정신없이 달려간 곳은 놀랍게도 치매가 있는 자신의 아버지 홍기광(71)씨가 입원한 곳이었다.

홍씨는 불이 난 병원 별관 2층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료들에게 “내 아버지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모든 노인들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씨는 눈물을 머금고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했다. 사방이 컴컴한 병실 속은 아수라장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환자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정신을 잃은 노인들이 쓰러져 있었다.

홍씨는 다른 이들의 아버지들을 구조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정신없이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구급차에 실려보내고 난 뒤인 새벽 1시30분이 넘어서야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홍씨의 아버지는 현장에 없었다. ‘설마’ 하는 불길한 생각이 덮쳐왔다. 아버지는 이미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홍씨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싸늘한 주검이 돼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씨의 동료들은 이날 저녁이 돼서야 홍씨의 비보를 알게 됐다.

홍씨는 “불길 속에 아버지가 계신 줄 알면서도 먼저 구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비통한 눈물을 훔쳤다.

장성/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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