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이것도 하느님 뜻이다 생각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청문회 하기 전에 깨끗이 물러나길 바랍니다.”
17일 아침 9시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할머니가 1인 시위를 했다. 김 할머니는 1인 시위를 하기 전에 기자들 앞에서 “하다못해 반에 반장질도 못할 사람을 국무총리에 앉히는 건 대통령 위신 문제”라며 “자기 잘못을 알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사퇴해야 마땅하지 청문회까지 갈 필요 없다. 그런 사람 왜 청문회를 보내느냐”라고 말했다.
“청문회까지 가는 것도 하느님 덕입니까. 왜 하느님을 팝니까. 청문회 가면 무슨 변명을 할지 또 어떻게 압니까. 이 바쁜 시절에 청문회 앉혀놓고 말할 시간 있으면 다른 일 급급(빨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할머니는 “대통령께서는 될 수 있는대로 안에서 얼마든지 똑똑한 사람 구할 수 있을텐데 자기 앞에 있는 사람만 자꾸 뽑으려니까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습니까”라며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호소했다.
지난 15일 문 총리 후보자의 ‘사과’와 관련해서도 “국무총리 나오기 전부터 그런 망언하는 사람 그동안 생각해서 변명하려 나왔겠지. 우리들은 그걸 사과로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할머니가 대통령을 향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 해서 청와대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18일 수요시위에서도 문 총리 후보자 지명을 규탄하는 발언을 할 계획이다.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한겨레 포커스]
김복동 할머니는 이날 9시부터 30분간 “문창극 후보자는 진심으로 사과하고자 한다면, 후보직 자진사퇴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김동희 사무총장은 “할머니 몸이 편찮아 오래 시위를 할 수 없었다”며 “낮 12시까지 할머니의 뜻을 지지하는 시민 7명이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