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3월 경매에 나왔다 유찰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 ‘경천‘(敬天)을 기증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서울 잠원동성당에서 이 작품을 기증받아 2017년 완공할 예정인 서대문 순교성지 교회사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2014.7.16 (서울=연합뉴스)
사형 집행 앞두고 일본인 부탁 받아 쓴 붓글씨
박삼중 스님이 일본서 구입해 한국으로 들어와
박삼중 스님이 일본서 구입해 한국으로 들어와
천주교가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유묵 ‘경천’’(敬天)을 사들였다.
‘경천’은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듬해인 1910년 3월 뤼순 감옥에서 사형집행을 앞두고 일본인의 부탁을 받아 쓴 붓글씨다. ‘大韓國人 安重根’(대한국인 안중근)이란 글씨와 함께 오른쪽 손 약지를 단지한 손도장이 찍혀 있다.
이 글씨는 박삼중 스님이 일본에서 구입해 들여왔고, 지난 3월 서울옥션경매에 출품돼 7억원부터 경매가 실시됐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염수정 추기경의 동생이 주임신부로 있는 서울 잠원동 성당에서 이 작품을 5억원에 구입해 서울대교구에 기증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교구는 이 글씨를 오는 2017년 완공할 예정인 서대문 순교성지 교회사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경천’은 하늘의 이치에 따라 국가와 국민이 스스로 본분에 맞게 도리를 지키고양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천주교에서는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황해도 지역 전도에 큰 공을 세웠던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자 당시 조선 가톨릭 교구장이던 프랑스인 뮈텔 주교는 안중근의 신자 자격을 박탈하고, 사형집행전 종부 성사를 못하게 막고, 종부성사를 한 신부에게 성무집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안중근은 가족들에게 아들 준생 베네딕토를 신부로 키워달라고 유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 가톨릭은 일제시대 친일을 비롯 안중근 의사에 대한 부당한 처우 등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안중근 의사 100주기인 지난 2010년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해 안중근 의사의 신자 자격을 복권한 바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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