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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방의료원 경영 성과 따라 지원…공공성은 뒷전으로

등록 2014-07-29 20:11수정 2014-07-30 13:41

속초와 고성, 양양지역 시민노동단체 회원들이 29일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속초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정상화를 위해 강원도와 병원 쪽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속초와 고성, 양양지역 시민노동단체 회원들이 29일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속초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정상화를 위해 강원도와 병원 쪽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정부, 예산 등 지원폭 늘렸지만
원장 성과평가제 등 도입·지원 연계
병원 수익성 집착 더 심해져
“취약층 진료 외면·임금 체불 우려”
강원도는 29일 영월의료원에서 ‘2014 상반기 의료원 경영개선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5개 도립 지방의료원(강릉·삼척·속초·영월·원주)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소개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강원도는 이날 5개 의료원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종합해보니 환자 수와 수익이 상당한 폭으로 늘었다며, 각 의료원의 ‘경영혁신’ 현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날 오전 속초의료원 앞에서는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행사가 펼쳐졌다. 속초시민노동단체연대(속초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속초의료원의 파행운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속초연대는 “속초의료원의 환자가 빠르게 늘며 경영수지가 좋아지고 있는데도, 의료원 쪽이 적자를 이유로 노동조합과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속초의료원은 22일 노조가 의료 공공성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대다수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등 휴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의 ‘공공성’과 ‘수익성’ 논란은 지난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때도 이미 불거진 바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영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자,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지역 거점 공공병원을 함부로 없애면 안 된다며 이에 반발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여가 지났는데도 지방의료원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에 있다. 지방의료원을 ‘경영혁신’ 대상으로 여기는 순간 공공의료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임금체불과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파업중인 속초의료원 외에도 임금체불이나 민간병원에 견줘 낮은 급여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은 많다. 강원도 5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원주를 뺀 나머지 네 곳은 모두 체불임금으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전북 남원의료원 사쪽도 최근까지 수년째 10억원이 넘는 임금체불과 단체협약 파기 등으로 노조와 마찰을 일으켜왔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9일 “지방의료원이 민간병원처럼 ‘병상당 의료수익’이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율’ 개선 등에 매달리면 돈이 되지 않는 취약계층 진료를 미루거나 마땅히 지급해야 할 임금을 체불하는 등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강화 및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지역 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기능 강화를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15억원(17%) 늘리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겨 있다. 하지만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경영개선 성과와 연계한다는 정부 방침은 여전히 문제다. 지방의료원을 ‘경영 효율화’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방의료원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그 책임자인 지방의료원장에 대한 성과 평가제를 도입하고, 의료원 운영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는 속초의료원 파업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지방의료원장의 수익성 집착을 압박해 인건비 축소와 비정규직 확대 등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불건강한 적자? 공익성 위해 불가피

정부 경영개선책 문제점

보건복지부가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강화 및 경영개선’ 대책을 지난 2일 내놨다. 지방의료원의 공익성과 경영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와 시민노동단체는 취약계층 진료 확대 등 공공병원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준선을 마련하겠다는 건 바람직하지만, 각 의료원에 수익성 확대 중심의 경영개선계획을 요구하는 처사는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지방의료원 대책 가운데 특히 문제로 꼽히는 건 공공병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적자를 ‘불건강한 적자’로 규정한 대목이다. 복지부는 전국 33곳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공익적 역할 수행에 따른 ‘건강한 적자’와 경영개선으로 줄일 수 있는 ‘불건강한 적자’로 분류했다. 2012년 33곳 지방의료원 전체 손실 1326억원의 61%인 812억원이 건강한 적자, 39%(514억원)는 불건강한 적자로 지목됐다.

복지부 분류 기준에 따르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목이나 응급실 등 의료시설 운영에 따른 적자만 건강한 적자고, 나머지는 모두 불건강한 적자다. 이러면 속초의료원 파업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체불임금으로 인한 적자도 불건강한 적자가 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는 이런 분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보건의료노조는 28일 속초의료원 파업 사태 등 지방의료원 현안을 놓고 복지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말하는 불건강한 적자는 취약계층 의료 등 공익적 기능을 맡는 지방의료원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적자로 ‘경영상·일반적 적자’로 부르는 게 맞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원섭 충남대 의대 교수는 “‘건강한 적자’ 여부는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개념이라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고 학계에서도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숙 복지부 공공의료혁신팀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익적 개념을 도출했다. 공익적 기능과 겹치는 부분은 하나라도 더 건강한 적자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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