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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운의 라면 ‘왈순마’ ‘이백냥’ 기억하시나요

등록 2014-08-14 10:13수정 2014-08-14 17:34

[esc] 커버스토리 ‘모디슈머 라면’ 열풍
농심 왈순마. 사진 농심 제공
농심 왈순마. 사진 농심 제공
‘왈순마’를 기억하시는지요? 196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은 아마도 배우 강부자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왈순마는 1968년 농심(당시 롯데공업주식회사)이 만든 라면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군수 물자로 수출됐다. 강부자는 왈순마의 광고 모델이었다. 거금 750만원 상당의 경품을 걸고 홍보행사를 해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후발 주자였던 롯데공업주식회사는 삼양식품과 치열한 라이벌 관계였다. 삼양라면과 한판승부를 내걸고 출시한 왈순마는 뜻밖에 복병을 만났다. 법원으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상표사용금지처분 결정을 받는다. 만화가 정운경씨가 자신의 작품 ‘왈순아지매’의 모작이라며 당시 롯데공업주식회사 대표 신춘호씨를 상대로 상표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50년이 넘는 라면사에는 왈순마처럼 무대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라면들이 많다. 수명은 짧았지만 그 시대를 반영한, 추억의 라면들이다.

최초의 라면은 1963년에 출시된 ‘삼양라면’이다.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60년대 초 남대문시장에서 한 그릇에 5원 하는 ‘꿀꿀이죽’을 먹기 위해 줄 선 시민들을 보고 라면 개발을 결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삼양라면은 매우 생소한 먹거리였다. 옷감이나 실, 플라스틱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1년이나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까지 가세해 직접 거리판매를 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 무료 시식행사를 했다. 1960년대 정부가 추진한 혼분식장려정책 등으로 라면은 점차 식탁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짜장면이 외식의 선두주자였다면 라면은 별식이나 간식의 대명사였다. 60년대 삼양라면은 10원에 팔렸는데, 60년대 말 명동, 북창동 일대의 짜장면 가격은 50~70원이었고, 커피와 홍차는 35원이었다. 삼양라면은 잠깐 시장에서 사라졌다가 1994년에 재출시됐다. 농심의 ‘소고기라면’도 1970년에 출시됐다가 1999년 복고풍 바람을 타고 다시 출시된 라면이다. 닭고기 맛 국물 위주였던 당시 시장에 신선한 반응을 일으켰다.

70년대에는 색다른 라면들이 많이 출시됐다. 지금 인기인 짜장류의 라면도 있었다. 삼양식품에서 출시한 ‘삼양짜장면’이 그것. ‘삼양냉면’, ‘카레라면’도 70년대 출시된 라면이다. 이 라면들은 여전히 배고팠던 시절,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카레는 건강식 이미지다. 1986년 농심도 카레에 라면을 비벼 먹는 스타일의 ‘카레게티’를 출시했으나 큰 인기는 얻지 못했다.

삼양식품의 ‘우유라면’도 눈에 띄는 추억의 라면이다. 삼양식품연구소 전영일 소장은 “우유를 면 반죽에 섞은 라면인데 끓이고 나면 국물에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우러나는 라면이었다”고 회고한다. 순한 맛의 우유라면은 매콤한 맛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얼큰하고 매콤한 맛의 ‘신라면’은 86년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라면시장은 이후 순한 맛과 매콤한 맛으로 양분된다. 이듬해 삼양식품도 매운맛의 ‘이백냥’을 출시했으나 신라면처럼 오래가지는 못했다. 제품 이름이 명쾌하게 맛을 설명해주지 못한 게 이유로 꼽힌다.

지금 컵라면계의 시조쯤 되는 ‘삼양컵라면’(1972년 3월 출시)도 50~60대들에게 추억의 라면이다. 당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생소하기도 했고, 간편식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다. 주방을 책임졌던 여성의 사회진출도 그다지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2000년대 넘어와 설렁탕이나 부대찌개, 라볶이, 짜장면, 우동, 짬뽕 같은 친근한 먹거리를 차용한 라면들도 쏟아졌다. 라면 신제품은 출시되고 3개월이면 시장에서 살아남을지 판가름이 난다고 한다. 소비자의 입맛 유행과 변화를 제대로 반영했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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