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전문가들 원인규명·대책 촉구
“서울시 관리감독·대응도 부적절”
“서울시 관리감독·대응도 부적절”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땅꺼짐)과 동공(빈 굴)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주민들의 걱정은 기우일까?
서울시는 지난 5일 이후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7개의 싱크홀·동공에 대해 “석촌지하차도 밑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주변 지역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원인을 밝히고 지하 공간 조사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꾸린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조사위원회의 박창근 위원장(관동대 교수)은 19일 “지금까지 진행된 조사로는 지하철 9호선 공사 과정에서 연약 지반을 안정화시킨 뒤 터널 작업을 해야 했는데, 이를 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면서 동공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삼성물산 쪽은 ‘부실공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발견된 동공 가운데 일부 무너지는 곳이 있다. 장기화되면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응급복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복구는 빈 공간을 되메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복구 자체에는 1주일쯤 걸린다.
서울시의 대처와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와 삼성물산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 도로에서 5m 깊이의 싱크홀이 발견되자 흙을 부어 급하게 복구했다. 이틀 뒤 다시 도로가 내려앉자 그제야 추가 정밀조사에 나섰고, 6개의 동공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또 삼성물산이 2012년 시공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공사 구간의 지반 취약성을 보고했지만 특별한 대책을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이유 있는 불안’에 대해 딱 부러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석촌지하차도 근처의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와 석촌호수 물 빠짐에 따른 지반 침하 영향에 대해서는 ‘(최근 발생한 동공과) 거리가 멀어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잠실 일대에서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70~80%는 지하철 터널공사 때문으로 보이지만 애초 연약한 지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의 영향도 주변 건물과의 관련성을 살펴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언제 어디서 싱크홀이 발생할지 누구도 모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런던이나 도쿄 등 외국의 대도시는 1970~80년대부터 도시 지반도를 토대로 도시 개발을 진행한 반면, 서울시에선 ‘땅속 정보’를 모른 채 공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도심 안전을 확보하려면 땅밑 지도부터 만들어 실시간 재난관리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이번 싱크홀 사태를 석촌동에서 빚어진 예외적인 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서울시내 지하공간과 주변 지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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