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새누리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쌀 시장 전면 개방 대책을 보고하던 18일 오전 농민단체 회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회의장에 들어가 “쌀 시장 전면 개방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농기계 태우고 논 갈아엎고…
새누리 의원들에 달걀 투척도
“쌀시장 개방은 식량주권 포기”
새누리 의원들에 달걀 투척도
“쌀시장 개방은 식량주권 포기”
정부가 18일 쌀 관세율을 발표하자 전국 곳곳에서 쌀 수입 전면 개방을 성토하는 농민시위가 이어졌다. 농민들은 ‘농민과 농업을 외국에 팔아먹었다’며 서울을 비롯해 정읍·함양·공주·나주 등 전국 70여개 시·군에서 동시다발로 항의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시·군마다 수백명씩 시위에 참여해 농기계를 불태우거나 논을 갈아엎는 등의 방법으로 쌀 전면개방을 규탄했다. 특히 광주와 순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일방적으로 쌀 전면개방을 밀어붙인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기 위해 새누리당 지구당사를 찾아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남에서는 순천·나주·해남·영암 등 14개 시·군에서 농민시위가 펼쳐졌다. 순천시 농민회는 순천시청 앞에 트랙터와 농기계 100여대를 집결시킨 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지역구 사무실까지 행진을 했다.
경남에서는 18개 시·군별로 농민들이 농민대회를 열어 정부의 쌀 관세화 결정에 항의했다. 함양군 농민들은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트랙터를 군청 들머리에 내놓기도 했다.
전북 정읍시청 앞에 모인 농민들은 이앙기 1대를 불태웠고, 익산시청에서는 농민들이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 농기계 3대를 반납했다. 충남 농민들은 공주·보령·서천에서 수확을 앞둔 벼논을 갈아엎고 농기계를 반납한 뒤 집회를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이종혁 정책부장은 “농민들은 쌀 전면개방을 식량주권을 팔아넘기는 매국 행위로 보고 있다. 일방적으로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쌀 관세율을 멋대로 공개하고, 고율관세를 유지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누리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에게 쌀 시장 전면개방 대책을 보고하던 도중 농민단체 회원 10여명이 회의장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회의장에 고춧가루와 달걀을 던지며 “쌀 시장 전면개방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과 국회 방호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수입쌀 관세율) 513%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장관이 약속해야 나가겠다”며 버텼다. 농해수위 위원 자격으로 회의장에 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농민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예의를 지켜라”, “폭력 행위를 사과하라”며 맞받기도 했다. 이날 항의 시위는 30여분 동안 계속되다가 농민들이 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가면서 마무리됐다.
광주/안관옥 기자, 서보미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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