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크리켓의 김정윤이 22일 인천 서구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처음 출전한 여자 대표팀
홍콩에 져 2패로 예선 탈락
실력은 뒤지지만 투혼 발휘
외신들도 “대단하다” 찬사
홍콩에 져 2패로 예선 탈락
실력은 뒤지지만 투혼 발휘
외신들도 “대단하다” 찬사
빠뜨리고 떨어뜨리고 뒤로 흘리고…. 처음에는 그저 공을 쫓아가기 바빴다. 상대 팀에 53점을 내준 뒤에야 배트맨(타자)이 도착하기 전에 위켓(막대기)을 무너뜨렸다. 1아웃. 그사이 공은 66개(11오버)나 던졌다. 갈 길은 멀었다. 10아웃을 시키거나 120개 공(20오버·1오버당 공 6개)을 다 던져야만 했다.
처음에는 경기 규칙을 잘 몰라 그저 “한국! 파이팅”만 외치던 관중 수십명은 아웃과 세이프의 순간이 반복되자 점점 경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극적으로 배트맨을 아웃시킬 때마다 엄청난 박수가 터져나왔다. 실수를 해도 응원의 박수는 쏟아졌다. 마지막 120번째 공이 6아웃으로 연결되자 그라운드 위 선수들은 겅중겅중 뛰면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0-92. 큰 점수차였지만 이기고 지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 크리켓 대표팀은 경기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22일 오후 2시 인천 서구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여자 크리켓 대표팀은 홍콩과 조별리그 C조 두번째 경기를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크리켓에는 10개 나라가 참가했고, 강호 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일본이 조별 예선 없이 8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각 조 1·2위 팀에 나머지 4장의 8강 진출 티켓이 주어졌다. 한국과 홍콩은 중국에 나란히 져서 1패씩 떠안고 벼랑끝 승부를 펼쳤다. 한국은 이번이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었다.
수비 때 92점을 내준 한국은 공격에서 93점을 내야만 했다. 그러나 공격 초반 홍콩 볼러(투수)의 공은 빠르고 정교했다. 공 4개(2점)에 1아웃을, 8개(4점)에 2아웃을 당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횟수가 늘어났고 수비가 없는 곳에 공을 보내기 시작했다. 김정윤은 공을 굴려서 잔디구장 경계 밖으로 넘겨 한 번에 4점을 얻기도 했다.
초반에 두 타자가 빨리 아웃된 게 못내 아쉬웠다. 최종 점수 57-92. 지난 3월 첫 공개 모집된 뒤 4월부터 합숙에 들어가 6개월여간 훈련을 해온 여자 크리켓 대표팀의 공식 대회 데뷔 무대는 그렇게 2경기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2전2패. 주장 오인영(25)은 “아쉽고 분하지만 외신에서 대단하고 깜짝 놀랐다는 평가를 해줘서 좋았다. 한두명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팀 경기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크리켓 대표팀은 마땅히 훈련할 장소가 없어서 송도 엘엔지(LNG) 경기장 등 훈련 장소가 빌 때마다 이동하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짧은 기간에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서 대다수 선수가 부상에 시름하면서도 방망이를 치고, 맨손으로 공을 던지고 받아냈다. 배드민턴 생활체육 강사 출신의 46살 주부 전순명부터 열아홉살 막내로 씩씩하게 공을 던진 송승민까지. 비록 “8강에 올라 더 강한 상대와 맞붙고 싶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열정을 품은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