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영세 상인들에게 광고 전화번호부를 만든다고 속여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박아무개(48·ㅇ기획 대표)씨를 구속하고 김아무개(53·ㅈ기획 대표)씨 등 또 다른 광고업자 2명과 텔레마케터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대전 서구 괴정동 ㅎ치킨 등 전국의 영세업소 1만5천여곳에 전화를 걸어 시·군·구 단위로 2만~3만부 규모의 광고 전화번호부를 만든다고 속여 업소별로 2만~30만원까지 입금받아 모두 1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씨 등 다른 광고기획사 2곳도 같은 수법으로 각각 8천여명으로부터 8억여원과 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사고 있다.
박씨 등은 텔레마케터를 모집해 사무실을 차리고 정상적으로 발간된 강원 원주, 대전 서구 등 전국의 광고 전화번호부 수백권을 수집한 뒤, 해당 지역의 광고 책자를 만드는 업체인 것처럼 위장해 광고를 낸 업주들을 상대로 후속 광고 전화번호부를 만든다며 광고비를 받아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또 박씨 등은 광고를 낸 업소 수만큼만 광고 책자를 인쇄해 업주에게 배송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은폐했으며, 이로 인해 광고를 낸 업주들은 받은 광고 전화번호부가 지역에 배포된 것으로 생각해 피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규 대전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은 “박씨 등은 평균 일주일에 업소 150여곳이 수록된 광고 전화번호부 1권을 만들었는데 권당 약 2천만원의 광고비를 받은 뒤, 수만부를 배포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1백만원 안팎의 돈으로 업소에 보낼 150여권만 인쇄해 배송하고 1900만원을 가로챘다. 이런 광고 업체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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