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70만원이 담긴 새하얀 봉투를 남겼다. 방세 50만원과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료·수도료 등을 어림한 돈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건보 이사장 “개선 필요” 글 올려
피부양자 자격 얻어 한푼도 안내
피부양자 자격 얻어 한푼도 안내
“직장이 없던 (송파) 세 모녀는 지역가입자였고 보험료로 매달 5만140원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반면 수천만원의 연금 소득과 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인 저는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됩니다.”
14일 퇴임을 앞둔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김 이사장은 ‘나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서 퇴직하면 얼마의 건강보험료를 내게 될까’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가입자의 경제 형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2011년 11월 부임 이래 현행 부과체계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저는 (퇴임 이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바뀌고 보험료는 0원이 됩니다. 제 아내가 직장가입자이고 저의 소득과 재산 등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라며 현행 부과체계의 맹점을 짚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보면, 이자·배당 소득이 4천만원 이하이고 사업소득이 없으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근로·기타 소득이 4천만원 이하이고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9억원 이하라야 한다. 김 이사장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만약 김 이사장을 부양하는 가족이 없다면 김 이사장은 일반 지역가입자가 돼 5억6천여만원의 재산과 성·연령 등으로 추정하는 평가소득 등을 기준으로 월 18만947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꾸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은 9월까지 11차례 회의를 했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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