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에서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의 세워지는 것 지켜볼 것”
슬픔·분노속 진상조사 매진 뜻
“선원들에 진실 밝히라 보낸 편지
이 선장 등 5명 반성없이 반송”
광주 시민들, 강력처벌 주장도
슬픔·분노속 진상조사 매진 뜻
“선원들에 진실 밝히라 보낸 편지
이 선장 등 5명 반성없이 반송”
광주 시민들, 강력처벌 주장도
“차라리 그냥 풀어줘라. 이게 국민을 위한 나라냐.”
11일 오후 2시27분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에게 적용된 살인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광주지법 법정 안에서 방청하던 유가족들이 술렁거렸다. 일부는 “누구를 위한 법이냐, 이런 식이니 불법이 판치는 더러운 나라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안경을 낀 이준석 선장은 재판 과정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재판부가 이름을 부르자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일어났다. 이 선장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자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공판 뒤 고개를 숙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소속 판사들은 선고 직후 유족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 소속 검사 4명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이준석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1심 선고 직후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00여명을 죽이고도 끄떡없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나라는 정의가 없는 나라”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국회 앞, 서울 광화문, 청와대 입구 청운동에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 나라는 유가족들의 바람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1심의 선고 결과에서도 그렇게 느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최진혁군의 어머니 고영희씨는 “이런 결과를 희생된 아이들한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맥이 탁 풀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40여명의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법감정과 판결 결과는 너무나도 괴리가 있다”며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의가 세워지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박종대 대책위 부위원장은 “실종자 9명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형사재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도 이제 시작이다. 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6월 재판 시작부터 유가족들한테 도시락을 전달하고 인간띠잇기로 응원해온 광주시민상주모임 지정남 대표는 “1심 판결로 또다시 상처를 받은 가족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이 단체의 장헌권 목사는 “선원 15명에게 진실을 밝히라는 편지를 보냈지만 이 선장 등 5명은 편지를 되돌려 보냈다. 반성 없는 피고인을 강력히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이 실시간 중계된 수원지법 안산지원 법정에서도 유가족들의 울음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선고 순간 “이게 무슨 재판이냐”며 울부짖었다. 일부 유족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법정에 남아 자식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이 선장의 살인죄를 무죄로 판단하자 “이런 나라가 어딨냐”, “그래 다 무죄라고 해라”, “더 들을 필요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유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안산/안관옥 김기성 기자, 박현정 <한겨레21>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