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건강식품 판매업체는 계란이나 쌀, 화장지 등을 무료로 나눠준다며 많은 어르신을 ‘○○ 홍보관'으로 불러모은 뒤, 일반적인 건강기능식품인 프로폴리스 제품을 위염과 속쓰림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팔았다. 업체 관계자의 현란한 말솜씨에 넋을 잃은 많은 어르신들이 약 18만원짜리 프로폴리스 제품을 58만원에 구매했다.
인천 남구의 한 일반 식품판매업체의 상술은 더 심했다. 전단지를 뿌려 쌀과 소금 등을 파격가에 제공한다며 어르신을 모은 뒤 이 업체 관계자가 내민 건 홍삼 성분이 일부 들어간 식품이었다. 누구나 쉽게 동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홍삼 식품을 갖다놓고 이 업체는 암·치매·중풍을 예방할 수 있고 손저림이나 당뇨병,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며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그렇게 해서 약 18만원짜리 홍삼 제품이 정상 가격의 4배가 넘는 73만원에 팔려나갔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어르신을 상대로 식품 및 공산품 등이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판매해온 ‘떴다방’ 업체 33곳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주로 단기 임대상가에 ‘○○○ 노래교실’이나 ‘△△ 체험실’을 차려놓고 어르신을 유인한 뒤, 말주변이 좋은 전문강사를 내세워 건강기능식품의 효능과 가격을 부풀려 파는 곳들이다.
주요 위반 사례는 △일반 식품, 건강기능식품을 질병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대광고(19곳) △의료기기의 효능을 허위·과대광고(7곳) △일반 공산품을 의료기기인 것처럼 광고(3곳) △무신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3곳) △무신고 의료기기 판매업(1곳) 등이다.
이들 허위·과대광고 업체는 주로 쌀이나 계란, 화장지 등 값싼 미끼상품나 무료 점심식사 등으로 어르신을 각종 체험관이나 홍보관 등으로 모은 뒤, 오락시간이나 선물증정 시간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이나 공산품을 파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업체는 홍보관을 차린 뒤 첫 일주일간은 어르신을 유인할 수 있는 미끼상품만 팔거나, 홍보관 출석에 따른 상품교환권을 나눠주는 등 전문적인 수법을 쓰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일상적인 식사로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소나 사람 몸에 유용한 성분을 활용해 만든 식품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기능성원료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기 때문에, 판매할 때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다는 식의 광고를 할 수 없다.
이번 단속은 떴다방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갖고 있는 ‘시니어감시단’이 먼저 현장을 찾아가 정보를 수집한 뒤, 식약처와 경찰청 합동단속반이 출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니어감시단은 대한노인회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 속한 어르신 100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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