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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베 폭탄 테러범’에 “표창장 수여해라”…도 넘은 폭력까지 옹호하는 극우세력의 광기

등록 2014-12-11 16:29수정 2014-12-11 16:47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1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품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2014.12.10 (익산=연합뉴스)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1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품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2014.12.10 (익산=연합뉴스)
오군, 10일 전북 익산 신은미씨 토크콘서트서 사제폭탄 터뜨려
지난해 여름부터 일베 활동…범행 예고글 및 연행후 사진 올려
일베, ‘열사’ ‘거사’ 등 칭송…보수인사·종편 오군 편들기 나서
신혜식 “오 투사에게 법률 지원 해야 한다. 후원금 보낼 것”
누리꾼 “타인의 의견에 대한 ‘항의’가 폭탄테러가 될 수 없다”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 현장에 ‘사제 폭탄’을 투척한 오아무개(18)군 사건을 계기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폭력으로 린치하는 ‘백색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군은 지난 10일 저녁 8시께 전북 익산시의 한 성당에서 열린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에 참석해 인화물질을 섞어 만든 사제폭탄을 던졌다. 토크콘서트가 1시간가량 지났을 무렵 신씨가 “‘북한 대동강물이 너무 맑다’고 했더니 일부 언론에서 내가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고 왜곡했다”고 말하자, 오 군은 벌떡 일어나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했습니까”하고 물었다. 신씨가 “그런 말한 적 없다. 질문은 끝나고 한꺼번에 받겠다”라고 말하자 오군은 갑자기 가방에서 황산과 질산칼륨 등이 섞인 사제폭탄을 꺼내 불을 붙여 던졌다. 진행요원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진행요원을 비롯해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이재봉 교수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오군은 사건 전날인 9일 오후 1시께 일본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 ‘네오아니메’에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등의 범행 예고 글을 올렸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된 뒤에도 경찰서에서 수갑을 찬 손 사진을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군은 지난해 여름부터 일베 등에 가입해 활동해왔고, 지난 7월 인터넷에서 화학약품을 구매했다. 폭탄은 황산과 인화물질 등을 섞어 만든 뒤 양은냄비에 담아 반입했다.

이번 사건은 ‘일베 현상’ 등으로 드러난 극우 성향의 젊은층들이 공격적인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으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와 직접 사제 폭탄물 투척과 같은 폭력범죄 행위를 자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 등에서는 되레 ‘오 열사’라고 부르며 오 군을 ‘칭송’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나 포털 기사 댓글에는 오 군의 행위를 ‘거사’로 칭하며 “잘했다. 싹 태워버려야 했는데 아쉽다”, “풀어주고 표창장을 수여하라”, “빨갱이X들 죽창으로 찔러죽여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보수 인사와 종편들도 공공연한 오군 편들기에 나섰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트위터에 “오 투사에게 법률 지원을 해야 한다. 이번 달 신의한수 팟캐스트 후원금을 모두 이 청년에게 보내겠다”라고 썼다. 한 종편 채널에서는 11일 해당 사건을 다루며 ‘(신은미씨가) 종북으로 남남갈등을 일으켜 당할 만했다, (테러범의 생각은) 장하지만 표현 방법이 조금 잘못됐다’는 식의 패널 발언을 방영했다.

재미동포 신은미(왼쪽)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릴 토크 콘서트를 앞두고 “토크 콘서트는 통일운동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4.12.10 / 익산=연합뉴스
재미동포 신은미(왼쪽)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릴 토크 콘서트를 앞두고 “토크 콘서트는 통일운동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4.12.10 / 익산=연합뉴스
종편들은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를 두고 ‘종북콘서트’라며 비난해 왔다. 재미교포인 신씨는 최근 여섯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을 토크콘서트를 통해 강연해 온 바 있다. 신씨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 새 지도자(김정은)가 나타났으니 변화가 있을 거라고 북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 어떻게 북한 고무 찬양이냐.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등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마녀사냥하며 허위사실로 매도했다”며 등을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ange****)는 “황선 신은미 콘서트에서 북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종편에서 만들어내고 호도한 말. 두 여자에 대한 무책임한 마녀사냥은 테러와 희생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오 군의 테러 행위를 미화하는 극우 성향 누리꾼들의 발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반응도 쏟아졌다. 진중권 교수는 해당 테러의 배경으로 “연일 살벌한 인민재판을 벌여온 조선과 동아 두 종편이 사회에 조성해 온 극우 분위기”를 꼽으며 “의견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그 의견을 말할 권리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견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테러는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토대를 이루는 헌법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강력한 항의’는 폭탄테러가 될 수 없다”(@chun****),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면 의원직이 날아가는데, 최루탄보다 위험한 게 폭탄이다. 웬 영웅놀이”(@only****)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트위터리안 (@au****)은 “조선일보서 폭죽 원료라는 둥 여기저기 말장난으로 돌려 말하는데, 엄연히 IED(급조폭발물)로 벌인 테러행위입니다. 형법 제119조에 의거 사형, 무기징역 또는 최소 7년의 징역”이라고 지적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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