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과, 시민·언론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세월호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효실 기자
세월호 대책위, MBC 보도 규탄·선체 인양 촉구 기자회견
“온갖 꼬리표·낙인…살아남은 아이들 더 상처주지 말라”
MBC “사실취재 기반 보도…가족들 슬픔 진심으로 애도”
“온갖 꼬리표·낙인…살아남은 아이들 더 상처주지 말라”
MBC “사실취재 기반 보도…가족들 슬픔 진심으로 애도”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법으로 이렇게 또다시 상처 주고, 살아 있는 것을 미안하도록 만들고, 온갖 꼬리표와 낙인을 찍어대는 이 사회 어른들과 언론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과 시민·언론단체들이 8일 낮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문화방송의 세월호 보도를 규탄하고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대한 문화방송 보도가 가족들의 입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세월호 참사 265일만에 여야가 특별법에 합의했고, 이날 저녁 각 방송사들은 간판 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뉴스 제목은 대부분 <세월호 참사 265일 만에 배·보상법 합의>(한국방송, 에스비에스)였으며, <제이티비시>(JTBC)는 유가족들이 아쉬워하는 입장도 함께 다뤘다. 종합편성채널(종편)도 지상파와 비슷한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유독 문화방송은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합의>란 제목을 붙여 생존 학생들의 대입특례를 부각시켰다. 내용에서도 “피해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마치 가족들이 요구한 것처럼 전했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대학특례가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달려 있어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원 외이기에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치 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대학입학을 둘러싼 격한 경쟁에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이런 식의 보도를 접하게 되면 많은 국민이 가족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문화방송은 그 분노의 화살로 다시 한 번 아파할 저희 가족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나”라고 했다.
이들은 또 “적어도 참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지금껏 제대로 한 번 웃어본 적 없는, 그래서 자신들이 되찾은 목숨마저 끊겠다고 하는 생존 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참사를 당한 것이 죄고, 참사에서 살아나온 것이 더 큰 죄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보다 왜곡하는 게 더 큰 인권침해다. 차라리 보도를 안 하면 당사자가 직접 국민을 만나 설명하면 되는데,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하면 당사자가 국민을 만나려 해도 국민이 만나주지 않는다. ‘안다’고 생각해서다. ‘당신들이 원하는 건 보상이 아니냐. 얼마 받았느냐’고 묻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세월호 참사 관련 왜곡·편파 보도, 인권 침해 보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사 당일 오후 5시께 세월호 탑승객의 보험금 보도를 내보내는가 하면, 민간 잠수사 사망이 유가족의 조급증 탓인 것처럼 보도해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 등에서 농성을 벌일 때는 ‘불법 농성’이라고 규정하는 보도를 내보내는가 하면,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은 지상파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해 ‘악의적’이란 지적을 숱하게 받았다.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 뒤 문화방송 관계자에게 가족대책위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전했다.
이에 대해 엠비시 관계자는 “문화방송은 세월호 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다. 문화방송의 특별법 여야합의 보도는 사실취재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수습과 후속조치가 사회적 합의 위에서 신속하고 정당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영방송으로서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세월호 생존 학생이 SNS에 남긴 글을 적은 피켓. 김효실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과, 시민·언론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세월호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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