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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건보료 민원 한해 6천만건 쏟아지는데…
건보공단 상담원들도 ‘개선 백지화’에 한숨

등록 2015-02-02 20:16수정 2015-02-02 22:31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의 직원들이 건강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의 직원들이 건강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국 1450명 4분 한통화꼴 씨름
부과방식 억울 호소 많아
“바뀔테니 기다려달라” 달래왔는데
“집 1채 외엔 소득없는 노인들
대할 때 가장 안타깝다”
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본부 서울고객센터. 헤드셋을 낀 상담원 450명은 쉼 없이 걸려오는 민원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건강보험료(건보료) 인상분이 반영된 1~3월은 유달리 민원 전화가 많은 시기인데 주말이 끝난 월요일이라 전화가 더 빗발쳤다. 그만큼 상담원 응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평소엔 98~99%가량이던 전화 응답률이 이날은 80%에 그쳤다. 상담원 한 명이 하루에 받는 전화 건수는 평균 103건. 점심시간 1시간을 빼면 4분에 1통화꼴이다. 건보료 관련 내용이 복잡해 4분으로는 시간이 모자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한 사람당 받는 민원 전화 건수가 공공기관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건보공단 전국 178개 지사와 6개 지역 고객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7600만건에 이른다. 건보료 외에도 보험급여·장기요양 등 다양한 민원들이 접수되는데 이 가운데 6000만건(79%)이 건보료 관련 내용이다. 전국에 있는 고객센터 직원 1450여명이 안내해야 할 상담 유형은 무려 1060가지에 이른다.

2006년부터 건보공단 서울고객센터에서 일해온 지화연(30) 상담원은 지난 3년간 ‘건보료가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거나 ‘부과 방식이 불공평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인들을 상대로 “조만간 산정 방식이 합리적으로 바뀔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읍소하다시피 달래왔다. 지씨는 “그동안엔 이렇게라도 양해를 구해왔는데 얼마 전 ‘건보료 백지화’가 발표되고 나선 이마저도 난처해졌다”며 “할 수 없이 백지화는 아니고 천천히 개편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지사 사무실에서 민원인을 직접 맞아야 하는 공단 직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지사에서 근무하는 김석원 자격징수부장은 직원들의 상담에도 여전히 불만을 삭이지 못한 민원인들을 상대한다. 김씨는 특히 서울에 살면서 집 1채, 차 1대 외에는 따로 소득이 없는 노인들을 대할 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부과 방식으론 딱히 문제는 없지만 소득이 없는 분들이라 보험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김씨는 “최근 ‘건보료 개편 백지화’ 보도가 쏟아지자 국민들의 실망감과 비난이 현장에 있는 지사 직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단 서울지역본부의 노증식 자격부과부장은 “어제도 전세살이를 하던 한 가입자가 근래 전셋값이 폭등해 빚을 내어 낡은 주택을 샀더니 건보료가 4만원에서 9만원으로 두배 넘게 뛰었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며 “소득이 늘거나 삶의 수준이 좋아진 게 아닌데도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매기다 보니 우리도 민원인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다가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해 끝내 납득하지 못한 민원인들은 지사·지역본부를 거쳐 결국 본부까지 방문해 ‘이사장을 만나야겠다’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한다. 노 부장은 “건보료 체계를 바로잡아야 악성 민원도 줄고 직원들의 근무 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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